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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일 강제노역 배상재단 "사죄와 배상 반드시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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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일 강제노역 배상재단 "사죄와 배상 반드시 함께해야"
포세켈 부문장 "전쟁범죄 직시 안 하면 끝없이 발목 잡힐 것"
獨 대통령 재단출범 즈음해 "독일 민족의 이름으로 용서 구한다" 사죄
"역사적 사실 부정하거나 날조하는 일 용인해선 안돼"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우리 재단의 출발점은 강제노역이라는 불의는 결코 돈으로는 원상회복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동원했던 외국인 강제 노역자들에 대한 배상을 주도한 '기억·책임·미래재단'의 역사학자 랄프 포세켈 지원활동부문장은 15일(현지시간) 역설적으로 강제노역 피해는 배상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말문을 열었다.
이 같은 불가능한 도전에 직면해 독일 정부와 기업, 피해자 대표들이 찾은 해법은 불의의 자인을 전제로 한 배상과 국가원수인 연방대통령의 사죄였다. 이를 바탕으로 기억·책임·미래재단이 탄생했다. 강제노역이 자행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5년 만이었다.
2000년 재단 창설 당시부터 함께한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물질적 배상이 없는 사과는 믿을 만하지 않고, 명백한 사죄가 없이 배상만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면서 "사과와 배상을 반드시 함께하는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강제 노역자 동원으로 수혜를 입었던 독일 정부와 기업들이 각각 50억 마르크를 출연해 100억마르크(52억유로·7조2천억원) 규모로 설립한 기억·책임·미래재단은 지난 2000년 설립된 이후 2007년까지 100여개국 강제노역 생존자 166만명에게 모두 44억유로(약 6조1천억원)를 배상했다.
포세켈 부문장은 "배상을 넘어 계속 기억하고 책임지고, 미래세대에 알리는 게 우리 재단의 역할"이라며 "우리는 배상받았건 받지 못했건 모든 강제노역 피해자를 기린다"고 말했다.
1990년대 들어 독일 강제노역 생존자들이 미국에서 독일 주요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독일 기업들은 강제노역 가해자로서 거대한 국제적, 사회적 압박에 직면했다.


기업들은 이 소송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출연을 결의했고, 1998년 정권교체로 새로 집권한 중도좌파 성향의 적·녹(사회민주당·적색, 녹색당·녹색) 연립정부는 정부와 기업이 절반씩 출연하되 미국 정부가 법원에 소송취하 등의 형태로 소송문제를 해결하기로 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당시 기업과 사회에서 2차대전 당시 직접 활동했던 세대가 은퇴하고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요한네스 라우 당시 독일 대통령은 당시 기억·책임·미래재단과 관련한 합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강제 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한 배상은 돈으로는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독일의 지배하에 노예노동과 강제노역을 해야 했던 모든 이들을 기리며, 독일 민족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출연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 폭스바겐, 지멘스, 바이엘 등 6천5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개별 기업이 각각 얼마를 출연했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액수가 모자라 상장기업들이 추가로 액수를 채워 넣었다는 후문이다.
포세켈 부문장은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일 기업이 함께 조성할 것으로 알려진 미래청년기금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과거사와 관련한 배상에는 돈을 낼 수 없지만, 대신 미래를 위해 함께 투자하자는 것은 유럽에서도 흔한 정치적 처리방식입니다. 다만, 진정으로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그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앞서 징용 판결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징용 해법을 발표한 직후 징용 피해자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사안이어서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자금을 낼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과거 기업들의 전쟁범죄에 대한 지적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고, 항상 다시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독일의 경험을 보면, 과거 전쟁범죄를 직시하고 대응한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평판이 훨씬 나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업들은 강제 징용자가 있었다는 사실과 이는 부당한 일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배상을 위해 피해자들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고 당당하게 밝혀 더 이상 부담없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들이 강제노역 등 과거에 범한 전쟁범죄를 직시하지 않는 이상 끝없이 발목이 잡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사는 소멸하지 않고 5년, 10년, 20년 후에 다시 회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포세켈 부문장은 배상 대상자 결정과 관련해서는 "재원이 한정돼 있어 피해자 단체들과 긴밀한 협의로 누구의 운명이 더 큰 고난을 동반했는지에 따라 배상 대상자와 배상 액수를 결정했다"면서 "일단 재단설립 당시 생존자이면서, 국외로 끌려온 경우에 더해 동유럽 등 출신으로 차별을 받은 경우 대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단체들은 처음 재단 설립 당시 가해자인 독일 정부와 피해자 정부 간 협상 때부터 함께 참여했고, 재단 설립 이후에는 후견 감독위원회에 참가해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제수용소에서 일한 경우가 사망률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배상 액수가 가장 많았고, 이어 탄광 등 노동수용소나 군수업체, 농업 순이었다"면서 "처음에 3개로 나뉘었던 분류는 나중에 25개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상 신청자들은 강제노역과 관련해 독일과 러시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체코 등 각국 기록보관소에서 관련 기록을 찾거나 강제노역 관련 정황을 진술해 전문가위원회로부터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배상을 신청한 220만명 중 166만명이 배상을 받았다.
포세켈 부문장은 독일의 강제노역과 관련한 과거사 청산(Aufarbeitung)은 사회적으로 외면하지 않고, 내 주변에서부터 강제노역이 있었는지 일단 조사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독일에서는 대통령배 역사경연대회가 열렸는데 1980년대 주제가 강제노역이었고, 이에 따라 선생님들과 중고교생들이 지역사회에서 강제노역이 있었는지 조사에 나선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역사의 산증인들뿐만 아니라 지켜만 본 방관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에 기반해,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날조하는 일은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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