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드론 충돌사건에 "미국이 비행제한 무시…영해침범 불허"(종합2보)
크렘린 "대미관계 최악…양국 최고위급 대화 없어"
주미 러 대사 "모든 비난 단호히 거부", 외무장관 "미국이 끊임없이 도발"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는 흑해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 간 충돌 사건과 관련해 양국 관계가 최악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가 흑해상에 설정한 비행제한 구역을 미국이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더 이상 영해 침범을 불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전날 사건에 대해 "양국 관계가 아마도 최저점, 매우 나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각국은 대화를 통해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코 건설적 대화를 피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사건 경위에 대해선 "국방부 성명 외에 추가할 것이 없다"며 "해당 성명이 상세했고, 당시 상황을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았는지 질문에는 "물론이다. 최고사령관인 국가원수가 이번 사건을 모른다고 상상할 수 있겠나"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이번 사건 이후 미국과 최고위급 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이날 국영 방송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전날 미 국무부에 초치된 자리에서 미국의 주장에 반박했다고 전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토론은 차분했으며, 나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제기된 모든 비난을 단호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누구도 러시아 해역을 침범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약 30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약 절반가량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나머지 시간 동안 자신이 미국의 행동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자국 뉴스채널 로시야24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우리가 흑해 연안에 비행제한 구역을 설정한 사실을 미국이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객관적 사실에 대한 무지는 미국이 대결적 접근을 고조하기 위해 일종의 도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언제나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이라고 주장했으나 말과 행동은 달랐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서쪽인 흑해 상공에서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미국 무인기 MQ-9 '리퍼' 부근으로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2대가 근접해왔다.
이들 전투기는 드론 주변을 선회하며 드론에 연료를 뿌리는 등 위협 비행을 했고, 이 중 한 대가 오전 7시 3분께 드론 프로펠러를 들이받으면서 미 공군이 해당 드론을 바다에 추락시켰다.
미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물리적으로 충돌해 미군기가 추락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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