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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공기업 수장, 사내 이메일서 무솔리니 연설 인용했다 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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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공기업 수장, 사내 이메일서 무솔리니 연설 인용했다 짐싸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이탈리아에서 친정권 성향의 공기업 대표가 이사회에 보낸 이메일에서 과거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연설문 일부 대목을 그대로 옮겨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IT 공기업인 '3-I' 회장인 클라우디오 아나스타시오가 전날 사임했다.
작년 11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임명 임기를 반년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하차하게 됐다.

아나스타시오가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최근 이사회에 보낸 이메일 때문이다.
그가 엉뚱하게도 무솔리니가 1925년 의회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 대목 중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회사 이름으로 바꿔 인용한 것이다.
1924년 파시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던 좌파 정치인 자코모 마테오티가 갑자기 실종됐다 수개월 만에 변사체로 발견되자 파시스트들이 배후로 지목됐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마테오티 사태를 계기로 파시즘에 대한 공세를 높였으나 오히려 무솔리니는 1925년 1월 3일 유명한 의회 연설을 통해 정면 돌파, 의회를 해산하고 국왕으로부터 전권을 접수하며 본격적인 독재자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이 연설에서 무솔리니는 반파시즘을 비난하고, 마테오티 사건에 파시스트가 연관돼 있다면 결국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파시스트들의 리더라는 점을 확실히 밝혔다.
아나스타시오 전 회장은 이 연설 대목에서 파시즘이라는 단어 대신 3-I를 넣어 자신이 회사의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경위나 취지가 어찌됐든 독재자 무솔리니의 연설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이 일었다.
특히 마테오티 암살은 파시즘의 폭력상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사건이기에 더욱 파장이 컸다.
중도 좌파 민주당 의원인 로베르토 모라수트는 "아나스타시오는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마테오티 사태는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참혹한 국가범죄"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 등 이탈리아 집권 여당의 주축 인사들은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극우 성향으로 국정 운영을 맡기 전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아나스타시오를 3-I 회장으로 앉힌 멜로니 총리는 취임 이후 자신의 소속당인 이탈리아형제들의 로고에서 파시스트를 상징하는 삼색 불꽃 로고를 없애라는 요구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아나스타시오는 무솔리니의 손녀이자 정치인인 라켈레 무솔리니, 멜로니 총리의 제부이면서 농업·식량주권부 장관인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등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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