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으론 가상자산 규제공백…디지털법으로 불확실성 해소"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 감독 강화될 듯"
"블록체인기술, 국경 없어 규제 어려워…글로벌 스탠더드 중요"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만으로는 디지털자산이나 가상자산의 규제 허점이 있는 만큼 디지털자산법 제정으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기관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만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에도 유동성 감독·검사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5일 가상화폐 리플과 블록체인 인텔리전스 기업인 TRM랩스가 조선 팰리스서울 강남에서 공동 개최한 '한국 정책 서밋'에는 각국 규제당국과 정책 입안자,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 등이 모여 글로벌 및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과 규제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 "특금법, 자금세탁방지만 초점…규제 공백 발생"
기조연설자로 나선 오현옥 한양대 교수 겸 지크립토((Zkrypto) 대표는 한국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분리된 것이며, 암호화폐는 투기성을 지녀 규제 대상으로 봐야한다는 결론이 나 이같은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한국에서 2018년 이후 가상자산, 암호화폐가 들어간 국가 주도 프로젝트는 없었다"면서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프라이빗 프로젝트로,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나 대체불가토큰(NFT) 등 글로벌 트렌드와 별개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전통적인 금융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상의 자금세탁에 매우 엄격하다면서, 특히 북한이 블록체인상에서 자금을 탈취해 세탁한 뒤 무기 개발 등에 사용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포럼 회장 겸 한국디지털혁신연대 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홍 경기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책동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특금법이 자금세탁방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디지털자산 규제에 공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금융당국이 은행 실명계좌를 통해 간접적으로 거래소를 규제하다 보니 5개 원화거래소 외에는 거의 고사했고, 5개 거래소 중에서도 업비트의 독과점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해 17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면서 "내용이 방대해 올해 법안 통과는 어렵고,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동안 규제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낸 최수현 국민대 석좌교수는 "디지털자산법을 제정하면 디지털자산이든 가상자산이든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상당한 법적 규제를 받게 돼 종래와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금융과 마찬가지로 디지털자산도 국제적 정합성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디지털자산법과 관련해 정부입법안 제출이 안된 것은 그만큼 논란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신기술과 새로운 자산이 생길 수밖에 없어 실정법은 한계가 있다. 그런 것을 현실과 얼마나 조화시킬지 상당한 노력과 전문가 참여,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채호 1인치네트워크(1inch Network) 한국 총괄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은 이미 검증됐지만 사업을 하면서 제일 고민은 규제의 불확실성"이라며 "큰 기업들도 규제 때문에 못 한다고 말한다.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더 많은 기관이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불러온 유동성 위기로 인해 가상자산시장에도 유동성에 대한 감독 및 검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가치 등에 고정돼 설계된 가상화폐다
최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이나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면서 "최근 사태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디까지 규제할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 "블록체인은 국경 없어…글로벌 표준 만들어질 것"
블록체인 기술은 국경이 없는 기술인만큼 글로벌 표준이 중요하며, 규제 측면에서도 국가별로 비슷한 일관적인 규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아리 레드보드(Ari Redbord) TRM랩스 법률 및 정부관계 담당 총괄은 "전 세계를 둘러보면 영국이나 유럽, 한국, 홍콩, 두바이 등 각국 정부의 규제가 수렴되고 있다"면서 "서로 협의하고 백서를 공유하면서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홍콩과 일본, 한국의 규제당국이 앞서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의회 차원에서 법제화를 위한 모습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암호자산은 초국경적 성격이 있어 규제가 어려운데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 금융과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자금세탁방지가 큰 이슈가 되고 있고, 다른 리스크도 있다"면서 "북한 같은 국가에서 암호자산의 사이버 리스크를 이용한 공격이 많이 발생해 이런 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은 "하나의 규제당국이 타 규제당국의 인증을 인정해주는 상호 인정 프레임워크가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 "기술에 대한 규제가 있어서는 안된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의) 일관성 부족과 분절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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