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병합 주도 러 前지휘관 "우크라 남부 재진격 힘들다"
"헤르손 철수로 육로 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 진격 기회 상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러시아 정보장교 출신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일명 스크렐코프)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남부 재진격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자문관인 안톤 게라슈첸코 전 내무차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기르킨의 최근 방송 영상을 공유했다.
이 영상에서 기르킨은 "불행히도 겨울 작전의 실패와 우크라이나군이 전략적으로 패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실질적으로 패배해 점령될 운명에 놓이게 했다"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우크라이나 서남단과 몰도바 사이에 있는 미승인 국가다.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높은 까닭에 1991년 소련 붕괴로 몰도바가 독립할 당시 별도의 국가로 독립을 선언해 내전을 벌였고, 이에 개입한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작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당초 흑해와 면한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지역을 모두 점령해 트란스니스트리아와 자국을 잇는 육로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오데사 등 거점도시 점령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기르킨은 작년 11월 헤르손에서마저 철수하면서 러시아군은 더는 육로를 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헤르손을 지나는) 드니프로강을 별다른 저항 없이 건너는 건 이제 되풀이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시점에선 우리 함대나 육군 모두 적(우크라이나군)의 대함, 대공 방어 체계를 파괴하는데 충분한 힘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르킨은 또 다른 영상에서는 "지금의 러시아 국방부와 휘하의 멋지고, 놀랍고, 재능있는 팀들의 지휘하에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러한 분석은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 최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점령을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군은 바흐무트 주변을 포위한 채 시내 중심부 방면으로 점령지를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 방송연설을 통해 바흐무트 주변에서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러시아군 1천100명이 숨지고 1천500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으나, 우크라이나군 역시 적잖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개전 후 이날 현재까지 발생한 러시아군 전사자의 수가 거의 16만명에 이르며, 탱크 3천477대와 군용기 304대 등이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 안보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의 대전략 프로그램 국장인 라잔 메논은 "현시점에서는 어느 쪽도 전쟁에서 지고 있다거나, 질 것이라고 믿는 징후가 없다"면서 "이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 주력전차 등이 인도되고 우기가 끝나 땅이 굳으면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 반격에 나설 수 있다면서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의 육로연결을 차단한다는 큰 계획의 일부로 멜리토폴을 겨냥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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