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인상 1년…SVB같은 은행 미실현 손실 806조 '눈덩이'
SVB 파산 이끈 '주범'…시장 불확실성 증폭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초고속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1년을 맞은 현재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등 자산의 실질 가치 감소로 인한 미국 은행들의 잠재적 손실이 800조원 이상으로 부푼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금리 급등에 따른 국채 등 보유 자산 가격의 하락이 꼽히는 가운데 이런 문제가 SVB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등의 가격 하락에 따른 미실현 손실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6천200억 달러(약 806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미실현 손실은 SVB가 보유한 국채의 경우처럼 현재 가격이 액면가보다 하락했지만, 아직 매도하지 않아 손실이 실현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초저금리 시절 미국 은행들은 미 국채와 회사채 등을 대량으로 퍼 담았으나, 연준이 금리를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인상하면서 이들 자산의 가치가 급락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 발행된 채권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므로 과거에 발행된 채권은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마틴 그룬버그 FDIC 의장은 SVB 사태 직전인 지난 6일 행한 한 연설에서 "현재 금리 환경은 은행의 자금 조달·투자 전략의 수익성과 리스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은행권이 예상치 못한 유동성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의 능력이 미실현 손실로 인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불과 사흘 뒤인 지난 9일 국채 등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로 위기에 몰린 SVB가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에 빠져 다음 날 파산하면서 그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그룬버그 의장은 그러면서도 대다수 미국 대형 은행은 재무 상태가 양호하고 채권 손실을 실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해 3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 금리 시대'를 끝냈다.
이어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끌어올리는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2월 마지막 연례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폭을 0.5%포인트로 낮춘 데 이어 지난달에는 경기침체 우려 등을 고려해 0.2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를 조절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1년 만에 0∼0.25%에서 4.5∼4.75%로 4.5%포인트 치솟았고, 이는 고스란히 국채 가격 급락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이 같은 잠재적 손실도 계속 불어나게 되지만, 이번 SVB 사태로 향후 금리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SVB 파산의 충격이 미 금융권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계 등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급속히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달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한국시간 13일 오후 3시 33분 현재 93.7%로 치솟아 0.5%포인트 인상(빅스텝) 확률 6.3%를 크게 앞섰다.
앞서 지난 9일 0.5%포인트 인상 확률이 78.6%,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21.4%였던 데 비하면 SVB 파산 이후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발표될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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