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위기 전염 막아라…美 정부, 회사 매각 착수 등 긴급대응
주말 동안 바이든-뉴섬 통화…정부 최고위층 긴박한 움직임
FDIC, SVB 경매 절차 나서…구제금융 거부했지만 자산경매 등 추진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말 동안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수한 사례인 SVB 문제가 15년 전 금융위기처럼 전방위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지만,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리스크에 불을 붙여 연쇄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11일(현지시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통화해 대응책을 논의했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12일 CBS 인터뷰에서 "주말 내내 은행 규제당국과 함께 이번 사태에 대응할 적절한 정책을 고안하기 위해 협력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도 바이든 행정부와 이 문제를 긴박하게 논의했다며 "정부는 현 상황을 다룰 도구를 갖고 있다. 시장이 열리기 전에, 이르면 오늘 뭔가를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당장 월요일인 13일 SVB의 주요 고객들인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현금을 찾지 못해 '패닉'이 초래될 가능성에 대비해 파산관재인으로 지정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전날 밤부터 이 은행 자산 경매 절차에 착수했다.
경매는 이날 오후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노딜' 가능성도 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블룸버그통신에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SVB 자산 인수에 관심을 보인 복수의 경매 참가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자산 경매가 중요한 이유는 SVB 고객 대부분이 FDIC의 예금보험 한도액 25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이 은행에 예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자산을 신속히 매각해야 스타트업 고객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기 전 최대한 많은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에 따르면 SVB 위기가 처음 알려진 지난 9일에만 고객들은 420억달러를 인출하며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 현상을 일으켰다. 그 결과 SVB의 현금 잔고는 '-9억5천800만달러'를 기록,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예금을 빨리 돌려받지 못해 직원 월급을 미지급하고 도산한다는 뉴스가 언론에 도배될 경우 과도한 위기감이 시장 전반으로 전염돼 멀쩡한 다른 중소 규모 은행에서도 뱅크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가장 경계하고 있다.
옐런 장관이 인터뷰에서 "한 은행에 존재하는 문제가 건전한 다른 은행들로 전염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FDIC의 예금보험 한도를 일시 상향하자는 법안도 미 의회에서 발의됐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SVB를 통째로 인수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것으로, 미 금융당국도 이 방안을 포함한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옐런 장관은 전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들의 자본 건전성과 연례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한 위기 대응 능력 개선에 자신감을 보이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구제금융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공화당은 물론 마크 워너(버지니아) 상원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일부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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