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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 암수 구분 못하고 수컷끼리 짝짓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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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 암수 구분 못하고 수컷끼리 짝짓기도"
독일 연구팀 "오존, 페로몬 작용 방해하는 듯…곤충 감소에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대기 중 오존에 노출된 초파리가 암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수컷끼리 구애 행동을 하거나 짝짓기를 시도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 플랑크 화학생태학 연구소 마르쿠스 크나덴 박사팀은 15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초파리들을 현재 대기 오염 수준의 오존에 노출하는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살충제나 서식지 파괴 외에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인간의 활동이 세계 곤충 개체수 감소에 추가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곤충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서 곤충 개체 감소는 많은 국가에서 시급히 대처해야 할 중요 과제가 되고 있다. 꽃가루받이에 중요한 벌과 나비 같은 곤충이 감소하면 농업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많은 곤충은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로 다른 개체와 소통하며, 페로몬은 특히 구애활동과 짝짓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오존 오염이 곤충의 짝짓기 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초파리들을 현재 대기 중 오존 농도와 비슷한 수준의 오존(100ppb : parts per billion)에 노출하는 장치를 만들고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2시간 동안 오존에 노출된 수컷 초파리들은 페로몬 수준이 대조군보다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실험에 사용된 초파리 9종 가운데 탄소 이중결합이 없는 페로몬을 가진 1종을 제외한 8종에서 모두 나타났다.
또 암컷 초파리들은 오존에 노출된 수컷들에 대해 짝짓기 상대로서 흥미를 덜 느끼며 이들의 구애 행동에도 훨씬 느리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오존에 노출된 수컷 초파리들 사이에서는 수컷끼리 구애 행동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며 이는 페로몬이 분해돼 수컷들이 상대의 성별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오존의 산화작용으로 인해 곤충 페로몬 분자 내의 탄소-탄소 이중 결합(C=C)이 끊어지면서 페로몬이 신호물질 기능을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
곤충 페로몬은 대부분이 탄소-탄소 이중결합이 있는 냄새 분자들이며, 탄소 이중결합은 오존에 의해 쉽게 끊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크나덴 박사는 "오존이 페로몬 분자의 탄소 이중결합을 끊을 수 있어 오존 농도 증가가 곤충 짝짓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약간의 오존 농도 증가가 초파리 행동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도시 지역의 오존 농도는 연구에서 사용된 것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우가 자주 있다며 오존 오염이 야생 곤충 개체 감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자인 빌 핸슨 박사는 "곤충과 페로몬은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한 반면 대기 오염물질은 산업화 이후 급증했기 때문에 곤충이 이 변화에 적응하기는 어렵다"며 "유일한 해법은 문제의 오염물질을 즉각 줄이는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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