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학생 '가스 테러범' 추가 검거…공격 물질 판매자도 체포
체포 범인 중 학부모도 포함…인권단체 "피해 학생 7천명 넘어"
사법 당국, 가짜뉴스 유포 혐의 개혁 성향 언론인 등 다수 체포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당국이 최근 잇따른 여학생 목표 '독성 물질' 공격 용의자를 추가 검거했다.
당국은 일련의 공격 목적이 이란 내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보고 가짜뉴스 유포자를 체포하는 등 여론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국영 IRIB 방송에 따르면 북호라산주 경찰청장은 이날 여학생을 목표로 한 독성 공격 용의자 한 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동북부 도시 보즈노르드의 한 학교에서 독성 공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특수작전팀을 급파해 수사에 돌입한 끝에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용의자가 공격에 사용한 물질을 파는 상점을 확인했으며 상점 주인 등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정보부는 후제스탄, 서아제르바이잔, 파르스, 케르만샤, 호라산, 알보르즈 6개 주에서 사건 관계자 다수를 체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체포자 중 한명은 공격받은 학교 여학생의 아버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버지가 딸과 공모해 학교에 독성 물질을 살포했고, 학생들이 혼란 빠진 모습을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했다고 밝혔다.
파르스주에서 검거된 5명은 경찰 조사에서 "학교와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이슬람공화국의 신성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공격의 배후로 반체제·외부 세력을 지목했다.
내무부 관계자는 "체포된 사람들이 최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으며, 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언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도 외부 세력을 지목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여학생 독극물 공격과 관련해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찰 수장은 이날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과 완전히 거짓된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개혁 성향 일간지 '함미한'과 '샤르그' 기자 다수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살레히는 이들 외에도 온라인 통해 국민의 심리적 안정을 해치는 활동을 한 사람들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쿠르디스탄주 검찰 수장은 가짜뉴스 유포자 5명을 구금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국의 대응에도 새로운 피해 사례는 계속 접수되고 있다.
이란 정부의 공식 집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의회(마즐리스)의 한 의원은 지난 6일 기준 전국 230여 학교에서 학생 5천여명이 피해를 봤다고 집계한 바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인권 활동가들'(HRAI)은 5개월째 이어진 테러로 최소 290개 학교에서 학생 7천60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반체제 언론과 외신들은 여학생 목표 공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를 비난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범인 검거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격 목적과 배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은 여전히 존재한다.
외신은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보복성 공격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1월 이슬람 시아파 성지 콤에서 처음 일어난 '가스 공격'은 테헤란, 아르다빌, 이스파한, 아브하르, 아흐바즈, 마슈하드 등 이란 전역으로 퍼졌다.
피해 학생들은 학교 건물 복도와 교실에서 독성 물질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했고, 두통·호흡곤란·메스꺼움·마비 증세를 보였다.
이란 당국은 피해 사례가 처음 보고됐을 때 독성 가스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것이라는 의혹을 일축하면서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와 대기 오염이 이상 증세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슷한 피해 사례가 여러 도시에서 이어지자 당국은 지난 2월에서야 의도된 공격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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