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野의원 아들, 방송서 성폭력 피해 공개 후 극단선택 논란
野 "집권당의 정치 책략", 與 "야당이 사건 은폐"…정치공방 번져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폴란드 야당 의원의 15살 난 아들이 라디오 방송에서 아동성폭력 피해 사실이 공개되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영 폴스키에 방송의 슈체친 라디오는 작년 12월 유죄 판결을 받은 한 소아성애자에 대해 보도하면서 이 범인이 제1야당 시민연단(PO)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적이 있는 성소수자(LGBT) 활동가라고 전했다.
이때 진행자가 피해자의 나이와 함께 그가 현역 의원의 아들이라는 점 등 피해자의 신원 유추가 가능한 개인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해버린 것이다.
첫 보도 이후 다른 매체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냈고, 이런 정보를 토대로 사람들은 피해 소년이 시민연단 소속 마그달레나 필릭스의 아들인 미콜라이 필릭스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냈다.
원하지 않게 신상이 공개되어버린 니콜라이는 한 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필릭스 의원은 지난주 아들의 자살 소식을 공개했고, 지난 6일 고인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며 필리크스 군의 죽음에 부분적으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시민연단 대표는 트위터에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기간에 자행된 모든 악행과 인권 침해, 그들로 인한 비극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야당인 폴란드2050(PL2050)의 쉬몬 호워브니아 대표는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된다"며 "죽음을 부른 이들의 말을 심판할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당 지지층은 시민연단이 문제의 사건을 교묘히 은폐했다는 주장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실제로 사건을 처음 보도한 토마시 두클라노프스키 기자는 "가톨릭교회만 아동 성범죄를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고 했다"는 입장이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국영 매체 장악에 나섰으며, 이후 폴란드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들이 정부의 선전 매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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