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양회 기자회견서 사라진 한반도…한미 공조 견제인가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전략순항미사일 등을 잇달아 발사하며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오히려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을 두둔하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하고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7일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내외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반도는 거론되지 않았다. 이날 회견은 1시간 50분 동안 진행됐지만, 한국과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중국 외교부장 기자회견은 매년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따라서 북한 핵 문제나 한중 관계 관련 질문은 매년 단골 메뉴였다.
왕이 전 외교부장의 오후 일정 때문에 기자회견이 예상보다 일찍 끝난 2021년을 제외하고는 최근 수년간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가 빠진 적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중국은 특히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9년에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연합뉴스 특파원을 지목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질문 순서가 빨랐던 것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에도 왕이 전 부장은 한중 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비교적 길게 설명한 뒤 "한중 양국은 경쟁자가 아니라 잠재력이 거대한 협력 파트너"라며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빠진 배경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분위기다.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일부 외신기자들도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게 이상하다며 오히려 한국 기자들에게 배경을 묻기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정확한 의중을 알 수는 없지만, 최근 한중관계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국 정부가 대외정책의 모호성에서 벗어나 한미,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자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반면 친 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제외한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일본, 파키스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각국과의 관계에 대한 전망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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