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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장관 "팔레스타인 마을 없애야" 발언에 미와 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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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장관 "팔레스타인 마을 없애야" 발언에 미와 갈등 고조
미 국무부 "무책임하고 혐오스러워"…현지언론 "미, 극우 장관 입국거부 고려"
"미 대사가 '이스라엘 장관 비행기에서 던져버릴 것' 발언" 보도도 논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근 요르단강 서안에서 잦아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 충돌을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미국 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유대인 총격 피살을 지켜보던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성향 장관은 팔레스타인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추구해온 미국 측에서도 강경한 어조로 대응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국방부내 유대인 정착촌 담당 장관을 겸임하는 극우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히와 톰 나이즈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지난 1일 한 콘퍼런스에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마을 후와라의 폭력 사건을 언급하면서 "마을을 없애버려야 한다. 개인이 그렇게 하는 것은 신이 금지하는 만큼 국가인 이스라엘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이 언급한 후와라 마을은 지난달 26일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이 마구잡이로 불을 지르고 총을 쏘는 등 집단 공격을 가한 팔레스타인 마을이다.

마을 인근에 있는 소도시 나블루스는 지난해부터 '사자의 굴'(Lion's Den)을 비롯한 신흥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들을 소탕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작전과 유혈 충돌도 종종 발생한다.
유대인 정착민들은 마을 인근에서 20대 이스라엘인 형제가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으로 추정되는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후와라 마을을 공격했다.
미국은 스모트리히 장관의 선동적인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의 발언이 무책임하고 혐오스럽다"며 "우리가 팔레스타인의 폭력 선동을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 선동에 해당하는 도발적인 언사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매체에서는 나이즈 대사가 스모트리히 장관을 겨냥해 지나친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나이즈 대사는 "내가 스모트리히 장관, 이스라엘 본드(Israel Bonds) 최고경영자와 함께 워싱턴행 비행기에 타고 있다면, 그(스모트리히 장관)를 비행기 밖으로 던져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본드는 미국에 본부를 둔 이스라엘 정부 발행 채권의 인수회사로, 다음 주 스모트리히 장관 등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초청했다.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은 이 미확인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히브리어 트위터에 "누구도 틀리지 않을 수는 없다. 외국 외교관을 포함해"라고 썼다.
스모트리히 장관도 "(후와라 마을을 없애야 한다는 발언은) 감정의 홍수 속에 나온 말실수이며, 단어 선택이 적절치 않았을 수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서면서도 "그(나이즈 대사) 역시 나를 죽이라고 선동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나이즈 대사의 발언을 겨냥했다.
이런 갈등 속에 미국 관리들은 논란이 된 후와라 마을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스모트리히 장관에 대한 입국 거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과거 극우적 성향의 활동을 이유로 이미 스모트리히 장관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한 상태지만, 스모트리히 장관의 입국을 불허할 경우 양국간 갈등은 더 커질 수도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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