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영토전쟁' 벌어지나…보험·카드사에도 지급결제 검토
TF 실무작업반 1차 회의…'종합지급결제업' 등 논의 테이블에
금융위 "밥그릇 싸움 아닌 소비자 효용 제고 관점서 논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계 허물기에 나선 가운데 보험, 증권, 카드사에 지급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은행권 회사들에 입출금 계좌 제공 등 은행 핵심 업무 영역을 허용함으로써 유효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금융권 업무 영역 조정 논의가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 소비자 효용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비은행권 업무 영역 확대…건전성·소비자 보호 강화 핵심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1차 회의에서는 ▲신규 플레이어 진입 ▲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등 크게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규 사업자 인가보다는 비은행권의 업무 영역 확대가 업계 관심사다.
카드사의 종합지급 결제 허용과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 결제 겸영 허용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 대상에 올랐다.
업권별 요청 사항을 토대로 정한 검토 과제이다 보니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보면 은행에만 허용돼왔던 계좌 개설 권한을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열어주는 게 골자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업(간편결제, 송금 외에도 모든 전자금융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이 도입될 경우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의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지급 결제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통장 같은 계좌를 개설해 그 안에서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은행 아닌 금융회사를 통해서도 급여 이체나 카드 대금·보험료 납입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예금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 은행의 유효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은행 산업의 과점 이슈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은행 계좌 없이도 소비자 편의·니즈에 따라 한 금융사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측면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비은행권이 은행보다 유동성·건전성 관리 수준이 낮다는 점,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또한 비은행권 업무 영역 확대 논의는 과거에도 업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강 은행과장은 "'밥그릇 싸움' 문제가 아닌 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효용 증진,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며 "비은행권 업무 범위 확대에 상응해 은행권 일임 업무를 허용해주는 식의 '거래'도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 측면과 관련해서는 "특정 업권 전체에 업무 영역을 다 열어주는 식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 체계가 잘 갖춰진 금융회사로 한정해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금산분리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규제 완화도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지급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은행이 비은행권에 지급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에 어떤 입장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은은 과거에도 금융위와 지급 결제 제도 및 권한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 "금리 리스크, 소비자 아닌 은행이 져야"…금감원 점검 나서
TF는 은행권 경쟁 촉진과 함께 금리 산정 및 성과 보수 체계를 우선 과제로 살필 예정이다.
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해서는 시중금리의 과도한 상승 시 대출금리의 상승 폭을 완화할 수 있는 지표·상품의 개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한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신용대출 상품에 적용하는 방안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강 은행과장은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왜 국민이 부담하고 은행은 리스크 없이 돈을 버느냐는 뼈아픈 지적들이 많았다"며 "가급적 금융회사들이 그러한 부담을 지고 소비자들은 적게 부담을 지는 구조를 짜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은행권 현장 조사와 약관심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금감원도 금리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금리 산정 체계에 경쟁 제한적인 요소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성과 보수와 관련해서는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경영진 급여에 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성과 지표 및 측정 방법 적정성도 함께 따진다.
금융위는 오는 6월 말 종합적인 은행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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