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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 수많은 미성년 이주자들, 노동착취 시달려"
NYT, 20개주 100명 아동 인터뷰…"위험·열악한 환경, 아동노동법 위반"
"유명 브랜드 들어갈 제품 만들어 결국 글로벌 기업들에 이익"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지난 2년 동안에만 부모 없이 미국에 들어온 미성년 이주자가 25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수많은 어린이가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NYT는 미국 20개 주에 걸쳐 100명 이상의 이주 아동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미 100년 가까이 정립된 아동노동법의 위반이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2021년부터 멕시코와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미국행을 택하는 미성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홀로 미국에 들어온 미성년자는 25만명에 달한다.
작년에 보호자 없이 미국으로 들어온 미성년자는 13만 명으로 5년 전의 3배로 늘었으며, 올해 여름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부모 등 보호자 없이 타국에 온 만큼 더 쉽게 열악한 일터로 내몰리게 된다.
미국에 사는 친척을 찾아 작년에 홀로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온 캐롤라이나 요크(15)는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시리얼 공장에서 일한다.
요크는 자정이 다 된 늦은 시각에도 공장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서 시리얼이 가득 든 비닐봉지를 노란색 포장 박스에 넣는 작업을 한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깜빡 졸거나 자칫 잘못하면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될 위험이 있어 보였다고 NYT는 설명했다.

다음 근무자와 교대를 마친 요크는 "나는 가끔 지치고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배가 아픈데, 수면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기계에서 나오는 굉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장에는 요크와 비슷한 처지의 미성년자 노동자가 많았다. 이들은 컨베이어벨트 앞에서 몸을 구부린 채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작업을 이어갔다.
NYT는 미국 전역에서 요크와 같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미성년자를 만났다.
늦은 시간에 식당에서 설거지하는 아이들은 도시마다 있었다. 버몬트주의 우유공장에서는 기계를 조작하고, 뉴욕시에서는 음식 배달을 하며, 버지니아주의 한 호텔에서는 침대 시트를 세탁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의 한 중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 발레리아 린지는 "학생들은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면 안 되지만, 그러한 일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약 100명으로 구성된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8학년 아이들 대부분이 성인과 비슷한 시간만큼 일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아동 노동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하청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이들은 미국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 셔츠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 상표를 달고, 월마트에서 판매될 빵을 굽는다. 또 벤앤제리 아이스크림에 들어갈 우유를 가공하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의 자동차에 들어갈 부품을 만든다.

미 연방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HSS)는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성년자들을 맡는 후원자들이 아이들을 제대로 지원하고 인신매매나 착취로부터 보호할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NYT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HSS는 이들을 후원자에 인계한 뒤 한 달이 지난 뒤에 이들과 연락을 해야 하는데도 지난 2년간 8만5천명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HSS는 이주 미성년자의 3분의 1과 연락이 끊겼다
연방정부는 아동 복지 기관을 고용해 착취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미성년자들을 착취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HSS가 노동 착취의 명백한 징후를 무시해왔다고 밝혔다.
작년까지 플로리다주의 아동 복지 기관에서 근무한 안테네 파살라콰는 "일부 후원자들에게 이미 아이들은 하나의 사업이 됐다"며 아이들이 학교 대신 일터로 내몰리는 것을 봤으나 당국이 이를 조사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랜드피즈에의 유니언 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일하는 릭 액스트먼은 오랜 노동시간이 학생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노동 때문에 학교를 떠나기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탁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한 학생이 수업 중에 피로를 호소하며 쓰러져 2차례 병원에 입원했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어 학교를 중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아이는 곧 잊혔다"며 "이는 아동 노동의 새로운 형태다. 다른 나라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거의 계약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dind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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