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효과누적·경기 둔화…은행 신규연체율 1년새 2배
지난해 1월 0.04%→올해 1월 0.09%로 올라…가계·기업 모두 상승
시차 두고 여신 건전성에도 영향…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오주현 기자 =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년 반 동안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누적된데다 경기마저 식으면서 우려했던 은행권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경기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권 부실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가계·기업 신규 연체율,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 뚜렷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신한은행 제외)의 지난 1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월 신규 연체율(0.04%)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만큼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 4대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4%에서 3월(0.04%)과 6월(0.04%)까지 큰 변동이 없다가 9월 0.05%에 이어 12월 0.07%로 상승한 뒤 올해 1월에는 0.09% 수준까지 높아졌다.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 구분없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대 은행의 가계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과 3월, 6월에는 각각 0.04% 수준을 보이다가 9월 0.05%에 이어 12월과 올해 1월에는 0.07%까지 올라왔다.
기업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5%에서 3월 0.03%로 낮아졌지만, 이후 6월(0.04%)과 9월(0.06%), 12월(0.08%) 상승세를 그렸고, 지난 1월에는 0.10%까지 치솟았다.
전반적으로 가계와 기업 모두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연체율 흐름에 큰 변화가 없다가 하반기 들어 상승세로 전환, 연말로 갈수록 높아진 뒤 새해 들어서도 상승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표] 4대 시중은행 신규 연체율 평균 추이
(단위 : %)
┌──────┬──────┬─────┬─────┐
││ 계 │ 가계 │ 기업 │
├──────┼──────┼─────┼─────┤
│2022년 1월 │0.04│ 0.04 │ 0.05 │
├──────┼──────┼─────┼─────┤
│3월 │0.04│ 0.04 │ 0.03 │
│││ │ │
├──────┼──────┼─────┼─────┤
│6월 │0.04│ 0.04 │ 0.04 │
│││ │ │
├──────┼──────┼─────┼─────┤
│9월 │0.05│ 0.05 │ 0.06 │
│││ │ │
├──────┼──────┼─────┼─────┤
│ 12│0.07│ 0.07 │ 0.08 │
│월 ││ │ │
├──────┼──────┼─────┼─────┤
│2023년 1월 │0.09│ 0.07 │ 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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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연체율은 해당월 중 신규연체발생액 / 전월말 대출잔액을 의미.
※ 자료 : 각 은행
◇ "기준금리 누적효과에 못 버티는 가계·사업자 늘어나"
은행들은 최근 뚜렷한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상승의 누적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지속적인 금리 상승의 누적효과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 상승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약 1년 5개월 사이 모두 열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3.00%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1월 3.03%와 3.52%에서 12월 5.32%와 5.76%로 2.29%포인트와 2.24%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3.85%와 5.28%에서 4.64%와 7.97%로 0.79%포인트와 2.69%포인트 올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점 역시 연체율 상승 배경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은 물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가계 및 소호 여신을 중심으로 최근 신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를 경기 침체로 정의한다.
한은은 지난 23일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물가 영향을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 3분기(-2.8%)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가계 소득은 뒷걸음질 치면서 한계 상황을 먼저 맞이한 가계나 개인사업자부터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 연체율, 시차두고 은행 건전성에 영향…감독당국도 '예의주시'
문제는 앞으로다.
기준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일단 1년 반 동안 이어진 인상 행진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미국의 긴축속도나 환율, 물가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추가 인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올해 잠재성장률 수준인 2%에도 못 미치는 1%대 성장이 확실시되는 만큼 경기 둔화 국면도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르기 시작한 연체율은 은행 여신 건전성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지난해 9월 0.21%에서 12월 0.22%, 올해 1월 0.24%로 상승했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은행 총여신 중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3개월 이상 연체 시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는데, 연말 연초 증가하기 시작한 연체는 아직 이 요건에는 미달한다"면서 "향후 시차를 두고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연체율처럼 상승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부터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결산 현장심사에 돌입했다.
결산검사는 매년 초 주요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들여다보는 정기적 성격의 검사로,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과 대출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 적절성 등을 점검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결산 검사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 자본 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본연의 자금공급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번 결산검사를 통해 손실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은행들에 대해서는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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