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불신' 멕시코 대통령 "위원장 여성이 맡으면 더 공정"
선관위 기능제한 개헌 무산되자 '규모축소 법안' 대체…서명 앞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그동안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온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남성보다) 더 정직한 경향이 있는 여성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관위 규모 축소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 서명을 앞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여성이 의장을 맡는다면 선관위는 지금보다 존중받고, 민주주의를 더 확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발언은 선관위 최고 의사결정을 위한 총회 이사진(5명)을 전원 여성으로 하도록 한 연방선거재판소의 전날 결정에 대한 논평 성격으로 나왔다.
앞서 멕시코 선거재판소는 "1999년 선관위(전신 포함) 출범 이후 12명의 위원장은 모두 남성이었다"며 "선관위 내 양성평등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히 성별에 따른 직책 할당 차원이 아니다"라며 "교대 필요성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남성이 직책을 지배하는 현상은 여전하다"며 자신의 정부에서 여성의 공적 활동을 촉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언급은 선관위에 대한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뿌리 깊은 불신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2006년 대선에서 낙선했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당시 득표수 집계의 공정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대선 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2012년 다시 고배를 마신 그는 "선관위가 당선인 측의 매표 정황 등 부정행위를 방관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8년 당선된 직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선관위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애초 그는 개헌을 통해 선관위 기능을 제한하려 했지만, 야권의 반대로 이는 무산됐다. 이후 연정 파트너와 함께 이른바 '플랜 B'로 선관위 축소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선관위 인력 조직과 예산, 권한을 대폭 줄이는 취지의 이 법 개정안은 일부 조항 수정을 거쳐 전날 찬성 72 대 반대 50으로 상원 문턱을 넘었다.
현재 1만2천명 규모의 선관위 인력을 절반으로 감축하게 되는 이 법 개정안은 대통령 서명과 공포 절차만 남았다.
야권에서는 이에 반발해 주말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주멕시코 미국 대사관도 '멕시코 선관위 기능 축소는 민주주의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보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NYT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주제에 대해 공개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라고도 덧붙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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