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는 4분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보안수 통제 강화 논란
극우 성향 장관 "죄수들에게 따뜻한 음식 안돼"…오븐 철거 명령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일변도 조치로 갈등을 키워온 극우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이 테러 혐의로 자국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죄수들의 샤워 시간을 제한해 논란을 빚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벤-그비르 장관은 최근 교정 당국에 팔레스타인 보안수의 샤워 시간을 4분으로 제한하라고 명령했다.
보안수(Security Prisoner)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인을 공격하거나 공격 모의를 하다가 적발돼 테러 관련 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거나 재판절차 없이 구금된 팔레스타인 죄수를 말한다.
지난해 4월 현재 이스라엘 교도소에는 4천450명의 보안수가 복역하고 있다.
당국은 벤-그비르 장관의 명령에 따라 목욕탕 급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남부 나프하 교도소의 2개 사동에서 우선 팔레스타인 보안수 샤워 시간 통제를 시작하기로 했다.
또 다른 교도소들도 급수 통제 시설을 정비해 보안수 샤워 시간 통제를 할 예정이다.
벤-그비르 장관은 팔레스타인 보안수 샤워 시간 통제의 배경으로 이들의 의도적인 물 낭비를 꼽았다. 2007년 교정 당국 통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안수의 하루 물 사용량은 평균 1천L로 일반 형사범(500L)의 2배, 민간인(250L)의 4배에 달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죄수들은 경찰과 교정시설 등 치안 전반을 담당하는 벤-그비르 장관이 취임 이후 지속해서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단식 농성을 선언했다.
보안수 그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유를 요구한다. 모두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벤-그비르가 교정시설을 장악한 뒤 매일 이어지는 학대를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벤-그비르 장관은 보안수의 편안한 수형생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테러범들에게 따뜻한 음식의 혜택을 줄 수 없다며 피타(중동식 납작한 빵 또는 이 빵에 채소 등을 채운 샌드위치)를 데워먹는 오븐 철거를 명령했다.
이후 그는 보안수의 수감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를 위험한 도발 행위로 간주했다.
극우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를 이끄는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팔레스타인 주민과 아랍계 이스라엘인에 의한 범죄 강경 대응을 공약으로 내걸어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달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7명의 유대인이 희생된 이후에는 민간인의 인적 피해를 유발하는 테러범에 사형을 선고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테러범 색출을 목적으로 한 동예루살렘 내 대규모 작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일간 하레츠의 팔레스타인 담당 아미라 하스 기자는 칼럼에서 벤-그비르 장관이 샤워 시간 통제 명령을 통해 유대 우월주의를 위한 전쟁의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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