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야당 모금행사, 2년 연속 장소문제로 막판 취소당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의 모금 행사가 2년 연속 장소 문제로 막판에 취소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 민주 진영이 사실상 붕괴한 상황에서 아직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저녁 200명 규모의 모금 만찬을 콰이퐁의 식당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2시간 전 해당 식당은 주방 가스 밸브에 이상이 생겨 긴급 수리를 해야 한다며 식당 문을 닫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홍콩 민주당은 작년에도 모금 만찬 행사가 막판에 취소된 적이 있어 이번에는 만찬 장소를 비밀에 부친 채 행사 3시간 전에야 참석자들에게 고지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에게 고지한 지 1시간 후 식당 측이 수리를 이유로 문을 닫으면서 또다시 모금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이 지난해 7월 개최하려던 모금 만찬은 행사 이틀 전에 취소됐다.
당시 예약했던 침사추이의 한 식당은 인근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만찬이 예정됐던 날에 휴점하고 전면 방역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민주당에 통보했다.
해당 식당은 민주당의 만찬 예정일 전날과 그다음 날에는 정상 영업을 했다.
지난해 만찬 취소는 친중 매체들이 민주당에 대해 중국을 반대하고 홍콩을 파괴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SCMP는 "2년 연속 모금 행사가 강제로 취소된 것은 홍콩의 바뀐 정치 환경 속에서 민주당의 설 자리가 얼마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로킨헤이 주석은 SCMP에 "이런 단순한 모임에 그토록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줄 몰랐다"며 "왜 이런 분위기가 있는 것이며 이런 분위기가 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겠냐"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만찬 행사장을 잡는 과정에서 처음 예약했던 호텔은 지난달 예약 취소를 통보했고, 두 번째로 잡은 식당은 지난 19일 긴급 수리를 이유로 영업을 못 한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전 주석 에밀리 라우는 "우리는 그냥 저녁을 함께 먹으려던 것인데 그것조차 허락이 안 됐다"며 "민주당이 해산해야 하냐? 존 리 행정장관이 국제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다는 홍콩 스토리가 이런 거냐?"라고 비판했다.
2018년 민주당의 만찬 모금 행사에는 당시 캐리 람 행정장관이 참석했으며, 행정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민주당에 기부도 했다.
그러나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의 민주 진영 정치 단체와 시민 단체, 노조는 줄줄이 해산했다.
제2야당인 공민당도 지난해 말 당원 투표를 거쳐 해산했다.
현재 민주당은 4명의 전 입법회(의회) 의원을 포함해 5명의 핵심 당원이 국가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 선거법을 개정한 후 2021년 12월 치러진 입법회 선거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아무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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