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위과학자 "美 규제 맞서 차세대반도체 특허 대량 확보해야"
"소재·부품 등 기초분야 중심 특허로 반격수단 마련 가능"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과학계 고위인사가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맞서 차세대 반도체 관련 기초분야 연구 강화를 통해 관련 특허권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자연과학 분야 최고 학술기구이자 자문기구인 중국과학원의 부원장인 리수선(李樹深) 원사와 뤄쥔웨이(駱軍委) 연구원은 최근 중국과학원 관련 매체의 위챗 계정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글을 발표했다.
중국 인사들은 미중 대결과 관련해 내부 결속을 다지거나 극복 의지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과학원 핵심 인사가 공개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한 실질적 대응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라는 게 블룸버그통신 평가다.
이들은 현 상황에 대해 "탈세계화 속에 산업망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각하다"면서 "현재 중국의 과학기술 기초능력으로는 높은 수준의 자립 자강을 이루는 국가전략을 지지·실현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로 '목을 졸리는' 상황이며 "미국이 이미 등대를 꺼버려 중국이 깜깜한 숲속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리 부원장 등은 설사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더라도 국제 공급망에 진입하기가 어렵다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국산화하더라도 국내 수요를 맞추거나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정도일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절대다수의 첨단 반도체는 모두 동일한 핀펫(FinFET) 트랜지스터 제조기술을 쓰는데 수만 건의 관련 특허 중 상당수는 반도체 물리 기초연구 성과"라면서 "게다가 이러한 성과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설비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기초 연구를 대폭 강화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소재·부품 등과 관련해 유럽과 미국에서 대규모 특허를 확보하면 전 세계 반도체 산업망의 '목구멍'인 칩 제조 분야에 관문을 설치하고 반격 수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미국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목을 조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도체 기초능력 건설을 강화하고 반도체 기초연구진들을 안정시키며 반도체 기술의 근원에서 이론적 혁신을 진행하는 한편, 반도체 기초 분야에서 특허를 통한 관문 설치를 앞당기는 것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 효과적인 책략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목표로 527억 달러(약 66조1천억원)를 투자하는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만들었고, 자국 반도체 기술의 중국 수출도 막았다.
또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한국·대만·일본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를 추진하고,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네덜란드·일본을 끌어들이는 등 전방위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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