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극비리 우크라行…美전투병력 없는 전쟁지역 방문 이례적(종합)
'계획없다'며 함구, 출국 이틀전 최종 확정…가짜 공개일정도 배포
에어포스원 대신 C-32 항공기…응답기 끄고 비행·우크라선 육로이동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24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방문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극비리에 진행됐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나 동맹국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지 않는 '전쟁지역(war zone)'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해 출국부터 도착 후 일정 진행까지 거의 24시간 이상 보안이 유지된 것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및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재임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극비 방문했으나 해당 지역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설명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미국 대사관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소수의 해병대 외에는 미군 병력이 없는 상태라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발표에 따라 인접국인 우크라이나 방문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끝까지 부인했다.
가령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조정관은 지난 17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right now) 방문지는 바르샤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다시 "내가 '현재로서는'이라고 말한 것이 그것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처럼 들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설명을 붙이면서 방문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수개월간 논의·준비돼 출국 이틀을 앞둔 지난 17일 최종 결정됐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 국방부, 정보기관 등에서 극소수의 인사들만 참여한 가운데 방문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등을 체크한 것이다.
존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각 기관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사람들만 안전 작전을 위한 계획에 개입됐다"면서 "대통령은 단계별 계획과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보고를 받은 뒤에 갈지 말지에 대해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 이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일정에서 이런 내용을 빼는 등 방문 자체를 함구했다.
실제 백악관은 전날 오후 7시에 보낸 일정 보도 참고자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오후 7시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폴란드로 출국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 19일 오전 3시30분께 백악관에서 나와 우크라이나 극비 방문을 위한 일정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오전 4시15분에 이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는 이른바 보잉 747을 개조한 에어포스원 대신 보잉 757기를 개조한 공군 C-32기를 사용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에어포스원보다 작은 공군 C-32기는 미국내 여행시 사용되는 기종이다.
미 공군은 항공기의 콜사인(관제소 등이 항공기와 교신할 때 부르는 호칭)도 '에어포스원' 대신 'SAM060'을 사용했다. SAM은 '스페셜 에어 미션'(Special Air Mission·특별공중임무)'의 줄임 말로 미국 정부 고위 인사를 태운 항공기에 사용된다.
전용기 탑승 인원도 대폭 줄이면서 보안유지에 공을 들였다. 백악관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파이너 국가안보부보좌관,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등이 탑승했다.
백악관 풀기자단도 통상 인원(13명)보다 적은 2명만 동행했다. 이들은 출발 전에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백악관에 넘겼으며 비밀 유지도 서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는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급유를 위해 경유한 뒤 폴란드로 들어갔다.
폴란드 남서부 제슈프까지 이동하는 1시간 정도의 비행 동안 미 공군기는 추적을 피해기 위해 무선 응답기(트랜스폰더)도 껐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서 키이우까지는 기차로 이동했으며 대략 10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파란색 정장에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노란색과 파란색 줄무늬 넥타이를 맨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1시)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진행한 뒤 정오께 미국대사관을 방문했다.
이 일정을 수행하는 백악관 풀기자단은 바이든 대통령이 오후 2시(미국 동부시간 오전 7시)에 키이우를 떠났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애초 방문이 끝날 때까지 엠바고(보도유예)될 예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현지에서 이동할 때도 대통령 리무진 대신 검정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사용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동선에 있는 키이우 시내도 별다른 설명없이 통제됐다.
그러나 긴 차량 행렬 이동과 헌화 등의 장면이 현지에서 목격되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면서 방문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끝나기 전에 현지 언론이 방문 사실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며 전쟁지역 방문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때 2017년까지 모두 6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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