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웬 천둥번개…기후변화 우려 속 55분 뇌우 신기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북극에서 관측 역사상 가장 긴 뇌우(雷雨·thunderstorm)가 기록됐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뇌우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세찬 비로, 대기가 차고 건조한 극지방에서는 발생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는 작년 7월 북극에서 뇌우가 55분간 지속된 사례를 관측했다고 밝혔다.
AARI는 보도자료에서 북극 뇌우를 처음 관측한 것은 2019년이라고 밝혔다. 당시엔 40분간 뇌우가 지속됐다. 2021년에는 각각 40분, 25분짜리 뇌우가 관측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뇌우는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높은 고도로 상승하면서 발생한다. 응축된 수증기가 적란운을 형성하면 천둥·번개와 함께 비교적 좁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게 된다. 지속시간은 수 분에서 수 시간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30분 정도 유지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극지방에서 뇌우가 형성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미국 매사추세츠 우드웰 기후연구소의 제니퍼 프랜시스 선임연구원은 뉴스위크에 "뇌우가 형성되려면 온난하고 습윤한 공기가 필요한데 북극에는 둘 모두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북극에서 번개도 더욱 자주 관측되고 있다.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에 2021년 게재된 연구를 보면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 북극점을 기준으로 690마일(1천110㎞) 범위에서 번개의 빈도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 범위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번개는 앞선 9년 동안 발생한 번개를 합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이상기후는 북극의 대기 상태가 최근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랜시스 선임연구원은 "북극은 지구 전체와 비교했을 때 평균기온 상승 속도가 3∼4배에 이른다. 여기에 북극을 포함해 전세계의 대기 내 수증기도 약 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런 온난화와 습도 증가가 뇌우 형성의 핵심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온난화로 인한 해빙 감소도 뇌우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프랜시스 선임연구원은 덧붙였다. 얼음이 녹을수록 해수면이 올라가고, 흰 눈이 녹으면서 태양 복사열을 반사하지 못하면 극지방의 열 흡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빙이 사라지고 고위도 지역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가 훨씬 불안정해진다"며 "따뜻한 공기 뭉치가 급상승하면 뇌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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