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둔화 국면"…정부 첫 공식 진단 나왔다
기재부 2월 그린북…'우려'에서 '둔화'로 더 어두워져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최근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을 맞았다는 정부의 첫 공식 진단이 나왔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기 둔화' 진단은 2020년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첫 언급이다.
정부는 작년 6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를 언급한 이후 최근까지 비슷한 평가를 해왔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진단이 어두워진 데 이어 이달에는 '경기 둔화'로 판단했다.
'우려'에서 더 나아가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작년 4분기에 역성장을 기록하고 수출도 부진한 모습이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해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줄어 작년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 감소에 1월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기재부는 "지난 1월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전월 대비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26억8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3.5% 감소하는 등 수출 부진의 여파가 미치는 모습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0.2% 줄어 4개월째 감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전산업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전월보다 1.6% 감소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의 최대폭 감소다.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동절기 의류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1.4% 반등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할인점 매출액의 감소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7%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할인점 매출액도 2.8% 감소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1년 전보다 5.2%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전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지난달 69로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정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과 민생부담 완화 기조하에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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