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베를린영화제서 "예술, 악에 침묵 말라" 촉구
예술로 장벽 넘자 호소…청중, 기립박수로 화답
BBC 인터뷰에선 "영토 타협, 푸틴과 대화의향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향한 예술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dpa,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실시간 화상연설을 통해 "예술이 정치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술과 정치의 관계가 극도로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영화에는 실제이건 이념적이건 장벽을 극복할 힘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예술이 (그 자체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배우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서독 분단의 종식을 예견한 빔 벤더스 감독의 1993년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를 이 같은 의미에서 거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제 우크라이나에 장벽을 세우는 중"이라며 "이 장벽은 자유와 예속을 가른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이 무심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며 "침묵하면 악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더욱 설득력이 강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제에 참석한 일부 영화인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지지를 밝혔다.
미국 영화배우 숀 펜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화상연설로 이끌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펜은 코미디언, 대통령, 전쟁 지도자로 이어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변신을 다룬 영화 '슈퍼파워'(Superpower)를 이번 주 개봉한다.
카를로 카트리안 베를린영화제 예술감독은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 우크라이나를 떠난 수백만 피란민, 나라를 지키려고 남아 계속 전쟁을 영화에 담는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B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는 굳은 항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러시아와 영토를 나눠 갖고 전쟁을 끝내는 한반도식 평화협상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일부를 내주는 타협안에 대해 "러시아가 계속 되돌아오도록 할 수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타협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를 조금이라도 타협하면 우리는 국가로서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날마다 일상에서 수백만 가지를 타협하는데 타협 그 자체를 두려워하겠느냐. 문제는 누구와 타협을 하느냐는 것"이라며 "신뢰가 아예 없기 때문에 푸틴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절대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돼 온 러시아의 총공세는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공격이 이미 여러 방향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저항한 뒤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적 무기는 평화를 앞당기며 러시아가 알아듣는 유일한 언어는 무기"라면서 서방 국가들에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는 주력전차에 이어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 등 무기 지원을 서방 국가들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은 전투기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지원이 결정된 주력전차는 전장에 힘을 보태겠지만, 실제 수령까지는 몇 주 더 걸릴 예정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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