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폭 범죄 급증에 원주민 거주지 주류판매 제한 재도입
현지 경찰청장 "심야에 술에 취한 청소년들, 온갖 범죄 자행"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상대적으로 호주 원주민 거주 비율이 높은 노던 준주(NT)에서 최근 범죄가 크게 늘자 주 의회가 주류 판매 제한법을 부활시켰다.
15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NT의회는 전날 주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에 따라 원주민 집단 거주지역과 외곽 지역에서는 주점에서 술을 사서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이 금지된다.
노던 준주에서 술 판매를 제한한 것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지역에서 원주민들의 이른바 주폭(酒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호주 정부는 국가 비상 대응 조치를 발동해 이 지역의 주류 판매를 제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노동당 정부는 제한 정책을 해제했고, 이후 NT 주요 도시인 앨리스 스프링스에는 청소년 주폭 사건들이 급증했다. 인구 2만5천 명의 앨리스 스프링스는 인구의 20%가 호주 원주민이다.
NT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년 동안 앨리스 스프링스의 강력범죄는 43% 급증했다.
또 가정폭력 범죄와 음주 폭력 범죄, 상점 절도 등도 50% 넘게 늘었다.
제이미 초커 노던 준주 경찰청장은 1년 동안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2천653건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며 "심야에 술에 취한 청소년들이 거리를 배회하면서 온갖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심지어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이들마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직접 앨리스 스프링스를 방문해 월, 화요일에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다른 요일에도 오후 3시부터 7시까지만 영업하도록 하는 등 3개월간 긴급 제한 조치를 내렸다.
또 이 지역의 안전을 위해 2억5천만 호주달러(약 2천200억 원)의 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NT의회도 이 지역에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대신 지역 주민의 60% 이상이 지지할 경우 주류 제한법을 폐기하는 옵트 아웃(Opt out) 조항을 추가했다.
NT 의회는 주류 제한법이 특정 인종을 대상으로 한 법이라는 점에서 재도입을 꺼렸지만, 지역 내 혼돈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후 야당인 자유당의 조쉬 버고인 원내 총무는 "지난해 7월 노동당은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술의 문을 열어버렸다"라며 "법안 재도입을 환영하지만, 노동당은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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