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와그너 수장 프리고진 "전쟁 2년 이상 더 끌 수도"
"동부 거점 바흐무트 장악 쉽지 않아…드니프로 강 동안 점령엔 3년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 수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권력 실세로 부상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쟁이 앞으로 2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사 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전체를 점령하는 데 길게는 2년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으로 전쟁의 초점을 옮겼다고 설명하며, 이를 달성하는 데 1년 반에서 2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러시아가 드니프로 강 동안을 전부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면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의 이례적인 발언은 러시아의 일부 인사들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전쟁 1주년인 이달 24일 전에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러시아군이 작년에 수도 키이우 기습을 시도했다가 대패한 경험이 있기에 키이우 등 북부를 다시 공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프리고진의 발언을 바탕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에 있는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를 지키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기 위해 동쪽으로 진격해 올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전차 부대가 북동부 도시 수미와 폴타바를 향해 밀고 들어가는 동시에 자포리자주 남부 지역에서도 진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2014년 와그너 그룹을 창설했다. 그는 이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가 작년 9월 그룹 창설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요식업체를 소유하고 있어 '푸틴의 요리사'라고도 불린다.
와그너 그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을 위해 용병들을 키이우에 침투시키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부터 깊숙이 개입해왔다. 이들은 현재 격전지인 바흐무트 장악을 위한 공세 작전에 투입됐다.
돈바스 점령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바흐무트에서는 작년 5월부터 와그너 그룹 용병과 우크라이나군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져 수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프리고진은 인터뷰에서 와그너 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점진적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면서도 바흐무트 일부 격전지를 장악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거의 다 왔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훈련을 잘 받았다. 다른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바흐무트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방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와그너 용병 5만 명이 투입됐으며, 이중 러시아 교도소에서 모집한 죄수들이 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와그너 그룹은 지난 10일 더는 교도소에서 용병을 징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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