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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용병단 죄수모집 중단…'총알받이 공세' 전술 변화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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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용병단 죄수모집 중단…'총알받이 공세' 전술 변화 시사
"사망률 높아 지원 급감…동원병 전력화해 불필요"
인권단체 "이젠 러 국방부가 직접 죄수 모집" 주장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으로 투입된 러시아 각지 교도소의 죄수들이 '총알받이'처럼 전쟁터에 내몰려 죽어가는 양상에 변화가 예상된다.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이 9일(현지시간) 죄수 출신 용병 모집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전처럼 머릿수를 앞세운 인해전술을 쓰기 어려워져서다.
와그너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 대표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죄수 모집이 완전히 중단됐다"면서 "현재 우리를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의무가 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와그너그룹이 맡아온 역할이 바뀔 것임을 시사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와그너그룹은 러시아군이 사기악화와 병력부족에 시달리던 작년 7월부터 우크라이나에서 6개월간 복무하면 사면해준다는 조건으로 죄수들을 용병으로 영입해 왔다.
미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와그너그룹 소속 용병 5만명 중 4만명가량이 죄수 출신인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최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 투입됐다.
우크라이나 군당국과 서방 전문가들은 와그너그룹이 매우 높은 사상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병력차가 10배에 이를 정도로 큰 수적 우세를 앞세워 전선을 천천히 밀어붙이며 점령지를 확대하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와그너그룹에서 탈주한 전직 용병들은 지휘부가 제대로 된 작전 지시조차 없이 죄수 출신 용병들을 사지로 밀어 넣었고,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즉결처형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WSJ은 프리고진 대표가 밝힌 대로 죄수 출신 용병 모집이 중단됐고 다른 병력 수급처를 찾지 못한다면, 와그너그룹은 바흐무트에서처럼 대규모 인명피해를 감수하는 전략을 더는 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보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는 이번 발표는 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죄수 모집이 어려워진 상황을 인정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교정당국 통계를 인용, 작년 9∼10월에 용병 모집에 응하는 등 이유로 감소한 러시아 내 죄수의 수가 2만3천명에 달했던 반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는 감소폭이 6천명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죄수 출신 용병들이 총알받이처럼 소모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용병 모집에 응하는 죄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가 작년 9월 부분동원령을 내려 징집한 예비군 30만명 대다수가 훈련과 무장을 마치면서 작년 여름처럼 와그너그룹 용병으로 부족한 병력을 메울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점도 배경이 됐을 수 있다.



갈레오티는 "프리고진은 뭔가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취약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면서 와그너그룹이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 용병 모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프리고진 대표는 와그너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올린 성과를 과시하면서 러시아군 지휘부를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행태를 보여왔던 만큼 이대로라면 정치적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러시아의 죄수 병력 동원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재소자 인권단체 '철창 뒤의 러시아'(RBB) 등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와그너그룹 대신 러시아 군당국이 직접 죄수를 병사로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설립자 올가 로마노바는 이미 일부 죄수가 이에 응해 전선으로 향했다면서 러시아 군당국이 와그너그룹처럼 죄수 출신 용병을 즉결처형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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