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빙없는 해외송금 한도 이르면 6월부터 5만→10만달러로 확대(종합)
자본거래 사전신고 축소…대규모 외화차입 신고기준 5천만불로 상향
해외직접투자 수시보고 폐지…대형 증권사도 일반 환전업무 가능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해외 취업에 성공한 A씨는 출국 전 해외 거주지의 월세 보증금 등에 쓰려고 은행에 7만달러 송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은행은 연간 5만달러 이상 송금의 경우 증빙서류 확인 의무에 대한 준수가 필요하며, 아직 출국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확한 송금 목적이 규명되지 않아 송금이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앞으로는 이런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르면 6월부터 증빙 서류 없이 가능한 해외송금 한도가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된다.
기획재정부는 1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이러한 내용의 외환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외환거래 수요가 늘어났으나, '외화 유출 억제' 철학이 담긴 외환제도로 일반 국민과 기업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본거래에 대해 원칙적으로 사전신고를 요구하면서, 각각 거래 유형별로 신고 절차 및 대상이 상이한 점이 대표적인 애로로 꼽힌다.
정부는 자본거래 사전신고 폐지와 같은 근본적인 외환제도 개편의 경우 법 개정 사항으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계적으로 개편을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1단계로 시행령·규정 사항을 손볼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외환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선진적으로 개선하고 외환분야 금융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외환제도 개편 방향"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증빙서류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해외송금의 한도를 기존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늘린다.
현재 거래 외국환은행을 지정하면 연간 5만달러 내에서 지급 증빙 서류를 내지 않고도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다.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이 한도를 경제 규모에 걸맞게 늘려 외환거래 편의를 제고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규제 정합성을 위해 자본거래 사전신고를 면제하는 기준도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확대한다.
업계와 법제처와의 협의 등을 거쳐 이르면 6월 개선 방안이 시행될 전망이다.
◇ 자본거래 사전신고 축소…신고 의무 위반시 경고 부과 기준 5만불로 올려
자본거래를 사전신고하도록 한 제도는 축소된다.
현재 5만달러 이내의 해외예금은 외국환은행에 신고하고 5만달러를 넘는 해외예금은 한국은행에 신고하는 등 자본거래의 규모·유형에 맞춰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정부는 외환 건전성에 대한 영향이 작은 외국환은행 사전신고를 대부분 폐지하고 사후신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영리법인·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비거주자로부터 3천만달러 이내로 외화자금을 빌리는 경우, 은행이 국내에서 300억원 이하의 원화 자금을 보증·담보 없이 비거주자에 대출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직접투자와 해외부동산 취득 관련 거래유형 7가지는 은행 사전신고가 유지된다. 지급·수령단계에서 이뤄지는 보고 체계와 한국은행 외환 전산망 보고 체계도 유지된다.
정부는 자본거래 사전신고 유형 111개 중 46개(41%)를 폐지할 예정이다.
외환거래 과태료 부과기준도 합리화한다.
경고로 갈음할 수 있는 자본거래 신고 의무 위반금액 기준을 건당 2만달러 이내에서 5만달러 이내로 확대하고 사전신고와 사후보고 위반에 대한 과태료 액수를 200만원으로 통일한다.
사전신고 의무 등 절차적 위반에 대해 형벌을 적용하는 기준도 자본거래는 20억원, 비정형적 지급 등은 50억원 초과로 각각 두 배씩 올린다.
◇ 해외직접투자 수시보고 폐지…대형 증권사에서도 환전 가능해져
기업의 외화조달 애로도 해소한다.
먼저 기업이 외화를 빌릴 때 기재부와 한은에 신고하는 금액 기준을 연간 3천만달러 초과에서 5천만달러 초과로 상향한다.
현지금융에 대한 별도 규율은 폐지된다. 현지금융은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쓰기 위해 현지 소재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법인의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는 해외 직접 투자의 경우 수시보고 제도를 폐지하고 매년 1번의 정기보고로 통합한다. 정기 보고 내용도 간소화한다.
그동안 현지법인의 지분율 변동처럼 국경 간에 자본이 이동하지 않는 거래도 일일이 변경 사실을 수시로 보고하게 하는 등 기업의 불편함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아울러 대형 증권사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일반 환전 업무가 허용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9개사가 일반 국민과 기업을 상대로 환전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 여행비용을 환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에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하는 증권금융은 스와프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 2단계 개편방안 연말까지 마련…추경호 "외국자본 놀이터 되지 않게 할 것"
정부는 전시 등의 극단적 상황이 아니더라도, 외환건전성 우려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의-권고-명령의 단계적 조치를 도입하는 등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기관과 업계가 참여하는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를 신설해 법령 해석을 심의하고 외환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시행령·규정 개정을 추진한다.
외환거래 사후보고 전환, 해외직접투자 사전신고 부담 축소, 절차적 의무 위반에 대한 형벌 폐지, 업권별 외환업무 칸막이 해소, 위기 대응 수단의 실효성 강화, 독자적 금융제재 근거 신설 등 2단계 개편방안은 올해 말까지 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입법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해외 소재 금융기관에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하는 내용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의 이행과정에서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이 시장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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