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생존자들, 붕괴위험에 사흘째 거리전전
도움 절실하지만 신속지원 안 돼…구조인력조차 모자라 '발동동'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 상당수가 여진으로 인한 붕괴 위험 때문에 사흘째 거리생활을 이어가며 추위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6일 강진으로 10층짜리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아다나 시에선 한 무리의 생존자들이 거리에서 담요를 두른 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진앙에 더 가까운 탓에 수천 채의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알려진 카흐라만마라슈 시에는 이런 처지에 놓인 생존자가 더욱 많은 실정이다.
변변한 임시 대피 천막도 없는 생존자들은 가구를 불태워 몸을 덥히고 식료품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혹여 여진이 올까 봐 손상된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한 가족은 가진 것이라곤 땔감이 전부라고 말했다.
주민 네세트 굴러는 "우리는 간신히 집 바깥으로 피신했다"면서 마지막 순간 아이 네 명과 함께 집을 떠났는데 아직도 몇 명은 안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물도 음식도 없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절박한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에게는 당장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에 부응한 지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역시 이번 강진으로 피해를 본 남부 하타이주의 항구도시 이스켄데룬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주민들이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빈터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뇌전증을 앓는 어린이 등을 데리고 피난한 여성도 있었지만, 구조대원들이 줄 수 있었던 건 이불과 약간의 빵뿐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채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자들을 구해낼 인력과 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장 큰 피해지역 중 하나인 시리아 접경 하타이 주에선 건물 잔해 아래 갇힌 한 여성이 도와달라고 부르짖으며 금속성의 무언가를 두드려 주의를 끄는 모습이 영상으로 촬영되기도 했다.
이 영상은 어둠 속에서 생존자를 찾던 한 주민이 이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도움을 주려 하지만 잔해를 치울 수단이 없어 속수무책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생존자를 구해낼 골든타임이 속절없이 흐르는 가운데 구조를 애타게 외쳐도 마땅한 응답이 없는 사례가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타이에 사는 다른 주민 데니즈는 무너진 건물에 갇힌 자신의 부모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며 발을 굴렀다.
그런 까닭에 일부 지역에선 신속히 구조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주민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BBC는 튀르키예 당국의 대응과 별개로 세계 약 70개국이 구조 지원팀을 급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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