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이 전한 지진 참상…"잔해와 먼지 흩날려 앞이 안보일 지경"
튀르키예 거주 장성호 목사 "이렇게 큰 진동 처음…도로 곳곳 차단돼 이동 제약"
"간신히 호텔 대피했지만 전기·식수·생필품 부족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건물이 무너진 잔해가 전쟁 포연처럼 날렸습니다."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선교 활동 중인 한인 장성호 목사는 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해 이날 새벽 발생한 지진 상황을 전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곳은 이번 지진의 진앙지와 인접해 가장 큰 피해를 낸 가지안테프에서 150㎞가량 떨어져 있다.
잠을 자던 장 목사는 갑자기 건물이 크게 흔들려 방 밖으로 나왔다.
그는 "건물이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렸다"며 "작은 지진을 겪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큰 진동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방 밖으로 나왔을 때 다른 방에서 잠을 자던 가족까지 방 밖으로 나왔고, 이들 모두 7명이 거실에 모여 테이블 아래로 몸을 피했다.
건물에 매달려 있던 물건과 벽면 등이 모조리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때 장 목사도 무언가에 머리를 맞아 찰과상을 입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몇 분, 큰 진동이 지나간 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장 목사는 "건물이 붕괴한 잔해와 먼지가 뿌옇게 안개처럼 날리고 있었다. 마치 전쟁 포연 같았다"며 "앞이 하나도 안 보일 지경이었다"고 기억했다.
안전한 곳을 찾아 거리를 이동하려 해도 망가진 건물 파편과 잔해에 길이 막히거나, 길이 아예 뒤집혀서 갈 수 없는 곳이 많았다고 한다.
어렵사리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를 찾았지만 교회마저 완파된 상태였다.
결국 장 목사와 가족들은 0도를 살짝 넘는 날씨에 내리는 겨울비를 맞아가며 교회 앞 마당에서 동이 틀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해가 뜬 뒤 도시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고 그는 말했다.
낡은 건물이 많은 지역이라 피해가 심할 줄은 예상했지만, 성한 건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도시가 완전히 폐허가 됐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국민 중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걱정인 상황이라고 한다.
현지 대부분 도로가 차단돼 통행이 어려운 상태에서 생필품과 전기·수도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벌써 장 목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도 정전이 발생하고 전화 통화도 간헐적으로 끊어지는 상황이다. 이 호텔에는 장 목사의 가족들을 포함해 교민 10명이 묵고 있다고 한다.
마실 물도 얼마나 확보돼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장 목사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여기 상황상 장시간 통화가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오전 4시 17분 튀르키예 동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약 33㎞ 떨어진 내륙, 지하 17.9㎞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튀르키예와 인접한 시리아에서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다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텔레그램에서 "모든 관련 기관이 재난위기관리청(AFAD)의 조율 하에 비상 근무 중"이라며 "가능한 빨리 최소한의 피해로 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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