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잭팟' 터트린 정유사…다시 불붙는 횡재세 논란
난방비 폭탄에 논란 재점화…민주당 "횡재세 걷어 취약계층 지원"
정유업계 "적자 때 정부 지원 없었는데…형평성 어긋나"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횡재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에너지 대란 속에 초호황을 누린 정유사의 이익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난방비 폭등과 관련 정유사로부터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업계는 시장 논리에 어긋난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도 행여나 횡재세가 도입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정유업계 작년 사상 최대 실적 불구 횡재세 논란에 '속앓이'
횡재세 논란이 불거진 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정유 4사가 12조원이 넘는 흑자를 내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만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논란도 잠잠해졌다가 최근 국내외 정유사들의 실적 발표가 잇따르며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난방비까지 폭등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서민들이 '난방비 폭탄' 탓에 고생하는데 정유사들은 가만히 앉아 떼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삼자며 정부와 정유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난방비 폭등과 관련 횡재세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정의 난방 연료별 비중은 액화천연가스(LNG)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주요 난방 연료인 LNG를 수입·판매하는 곳은 정유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은 지난해 연간 매출 42조4천460억원, 영업이익 3조4천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로, 전년보다 각각 54.6%, 59.2% 증가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외국도 속속 횡재세 도입…국내 정유사 "외국과 수익구조 달라" 항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올린 수익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미국 최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57억달러(약 69조원)에 달한다.
미국 셰브런과 영국 셸은 각각 354억달러(44조원), 398억달러(49조원)가 넘는 이익을 냈다.
이에 유럽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글로벌 메이저들과 수익구조가 다르다며 손사래를 친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은 주로 땅속, 바다 밑에서 퍼 올린 원유를 팔아 큰돈을 벌기 때문이다.
실제 셰브런의 경우 지난해 원유 채굴·판매로 올린 수익이 전제 영업이익의 83%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며 수익을 올린다. 글로벌 메이저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최근 5년 정유업종 영업이익률 2.5%…"횡재세 형평성 어긋나"
국내 정유사들이 얼마나 폭리를 취하는지는 영업이익률로 따져볼 수 있다.
지난해 1∼3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률은 9.4%였다. 확실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이 업종별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정유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2.2%였다. 이어 통신기기(14.7%), 석유화학(9.2%), 철강(6.0%), 기계(5.9%) 등 순이었다.
근본적으로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 석유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정유사에 대한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세계적 수요 변동에 따라 업황도 부침을 겪는다"며 "작년 같은 호황기에 올린 수익은 적자 발생 때 회사가 버틸 수 있는 재원, 탈탄소 성장을 위한 투자금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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