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는 러·유럽, 친강은 미국…"中외교, 두 개의 사령탑"
홍콩 명보, 친강 급상승 따른 외교투톱 미묘한 관계 조명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외교라인의 '투톱'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친강 외교부장의 주요 업무가 올해 들어 각각 대러시아·유럽과 대미 외교에 집중되면서 중국 외교에 '두 개의 사령부'가 존재하는 형국이라고 홍콩 매체 명보가 분석했다.
명보는 1일자 기사에서 두 사람의 최근 외교 행보에 주목했다.
신문에 따르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에서 승진한 왕이 주임은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왕 주임은 독일과 벨기에를 방문하면서 17∼19일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직전까지 주미대사로 재직했던 친강 부장은 지난해 말 임명 후 귀국하기도 전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했고, 춘제(春節·설) 연휴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장 스크린에 영상 메시지를 띄우는 등 올해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의 대미 유화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2기(2017∼2022년) 때는 외교 투톱 간의 업무 분장 양상은 지금과 달랐다.
양제츠 당시 외사판공실 주임이 대미 외교에 주력하다시피 했고, 왕이 당시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한 외교를 총괄했다.
명보는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왕 주임과 친 부장 사이에 "상호 작용이 앞으로 더욱 미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단 서열상 중국의 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총 24명) 위원인 왕이 주임이 당 중앙위원회 위원인 친 부장에 비해 상급자다.
중국 외교의 '얼굴' 역할을 하는 외교부장이 대외 노출 빈도와 주목도가 높지만 현 시스템상 당 지도기구인 중앙 정치국의 일원으로서 최고지도부와 수시로 접촉하는 외사판공실 주임이 명목상의 외교 분야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는 친강 부장이 약진하면서 중국 외교라인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제츠-왕이 투톱 시절에는 나이 차이(양제츠 73세, 왕이 70세)가 크지 않았고 밟아온 직급 간에도 큰 간격이 없었지만, 현재의 투톱인 왕이-친강(57세) 사이에는 과거 있었던 직급상의 큰 격차가 일거에 좁혀진 상황이라고 명보는 지적했다.
왕 주임이 외교부장을 하던 시절 한때 친 부장은 3계단 아래인 국장급 간부였던 데서 보듯 두 사람은 거의 세대가 다르다.
그러나 강경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간판으로 불리는 친강 부장이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왕 주임에 버금가는 위상을 확보해가는 양상이다.
오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 친 부장이 부총리 바로 아래인 국무위원 자리를 확보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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