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절차 지금 당장 돌입해야"
WP 기고문 "푸틴이 우크라 나토行 길 깔아줬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서방이 러시아와 마찰을 피하려고 주저해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존슨 전 총리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길을 깔아줬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서방이 수십 년간 애매모호한 태도로 대응하다가 결국 재앙을 맞았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나토 가입을 타진하는 우크라이나에 문은 열려있다고 얘기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에는 많은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로 우크라이나의 가입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공공연하게 전달해왔다며 서방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그 결과가 "유럽에서 8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전쟁"이라며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상황도 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우크라이나 내 의견 분열이 가입 불가론의 이유로 거론됐으나 최근 한 설문 조사 결과는 가입 지지율이 83%에 달했고 이번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강화로 나토 가입 시 우려 요인으로 꼽힌 군사적인 양립성 문제도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라는 '위조된' 주장을 한동안 자신도 받아들였지만, 나토는 '방위 동맹'인 만큼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러시아가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고수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슨 전 총리는 200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따뜻한 말"만 전하고 가입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결과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탈이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서방은 크림반도 침탈 때 분명히 러시아가 침략자이고 우크라이나는 피해자였음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벌하는 대신 비겁한 유화 정책으로 대응했고 그 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의제가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전쟁 전에 누군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점을 자신에게 물었다면 "대략 지옥이 얼어붙을 때"라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러시아의 침공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독일의 탱크 지원이 현실화한 만큼 이제는 이런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충분히 용감하고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이번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려는 우리의 진정성을 믿지 않았기에 침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줘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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