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니컬스 살해한 美경찰들, 내부보고때 거짓말만 늘어놔
"먼저 싸움걸고 총 빼앗으려 들었다"…니컬스에 가해자 누명 씌워
가해 경찰관을 '피해자'로 적기도…현지 검찰 "추가기소 검토"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던 20대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경찰관들이 책임을 벗어나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려 하는 등 상부에 뻔뻔한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운전자가 경찰관의 총을 빼앗으려 시도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강경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허위사실을 경찰 내부보고서에 버젓이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달 7일 귀가 중 난폭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경찰관들에게 붙들려 몰매를 맞고 숨진 흑인 남성 타이어 니컬스(29)는 사건 몇 시간 뒤 작성된 경찰 보고서에서는 '격분해 먼저 싸움을 걸어온 용의자'로 묘사됐다.
과속으로 반대차선을 침범하는 모습을 보고 불러세웠더니 경찰관이 지닌 총을 붙잡으려 했고, 이에 최루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리자 달아나 추적 끝에 제압했다는 것이다.
정작 이후 공개된 경찰 보디캠 영상에서 니컬스는 총을 빼앗으려 들기는커녕 시종일관 경찰의 지시에 따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경찰관들이 전기충격총(테이저건)을 쏘겠다거나 손을 부숴버리겠다며 계속 위협하자 당황해 근처에 있는 모친의 집으로 달아나려다 붙들려 집단구타를 당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경찰 내부보고서는 니컬스를 경찰관의 적법한 조치를 거부하고 경관과 싸움을 벌인 가해자이자 가중폭행범으로 명시하고, 오히려 니컬스를 폭행한 경찰관 중 한 명을 피해자로 적어놓았다.
보고서에는 경찰관들이 니컬스의 팔을 등 뒤로 돌려 꼼짝 못 하게 한 뒤 머리를 거듭 강타하는 등 과도한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빠져 있었다.
이처럼 왜곡된 보고가 이뤄진 탓인지 멤피스 경찰국은 사건 직후 내놓은 첫 성명에서 이번 사안이 경찰관에 의한 일방적 폭력이 아니라 양측 간 '대치'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고서와는 별개로 보디캠 영상을 보면 가해 경찰관들은 니컬스가 마약에 취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뒤늦게 도착한 동료 경찰관에게는 니컬스가 자신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총에도 손을 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원 해고됐으며 2급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다.
NYT는 경찰 폭력 사건과 관련해 가해 경찰관들의 보고 내용과 카메라에 찍힌 실제 상황이 다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20년 5월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을 때도 당초 경찰은 "플로이드가 약물 관련 문제로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플로이드가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 의식을 잃어가는 모습이 담긴 스마트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진실이 밝혀진 바 있다.
한편, 멤피스 경찰국은 30일 니컬스를 집단구타한 혐의로 이미 해고된 5명에 더해 경찰관 2명을 추가로 정직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니컬스에게 전기충격총을 쐈던 것으로 드러났다.
멤피스 소방국 역시 현장에 출동하고도 니컬스를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구급대원 3명을 해고했다. 검찰은 정직된 경찰관과 해고된 구급대원, 경찰 내부보고서를 작성한 인물 등을 추가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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