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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수낵 총리 100일…트러스발 급한 불 껐지만 너무 약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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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수낵 총리 100일…트러스발 급한 불 껐지만 너무 약한 존재감
각료 두 명 날아가고 공공부문 파업 더 확산
노동당에 계속 뒤지고 당내서도 끊임없는 흔들기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리시 수낵 총리는 다음 달 1일 취임 100일을 맞으며 자신 있게 웃기 어려운 처지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로 인한 대혼란은 수습했지만 벌써 각료 두 명이 세금 회피 등으로 날아갔고 공공부문 파업은 더 확산하고 있다.
노동당에 크게 뒤진 지지율은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 당내에서도 흔들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 구원투수 총리…독이 든 성배 물려받아
수낵 총리는 작년 여름 당 대표 선거에서 패했으나 트러스 전 총리가 최단명 기록을 세우고 쫓겨나면서 10월 당 대표 및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무모한 감세 정책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을 일단 진정시키면서 구원투수로서 임무에 성공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브렉시트 진통, 10%대 물가 상승률, 공공부문 파업, 보수당의 부도덕성 등 수면 아래 있던 문제들이 분출하는 가운데 수낵 총리의 존재감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500일도 안 남은 다음 총선까지 야당에 뒤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다고 영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달 18∼19일 유고브 설문조사 결과 지지율은 보수당 26%, 노동당 48%로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보수당원 사이에 수낵 총리의 '순 인기도'(긍정-부정 합산)는 최근 2.9까지 떨어졌다. 그의 순 인기도는 작년 10월 49.9, 한 달 전에는 13.1였다.

◇ 세금 회피 여당 의장 해임…부도덕성 지연 대응 비판
수낵 총리에게 당장 골칫거리는 보수당 의장의 세금 스캔들이다.
그는 사무총장 역할을 하던 나딤 자하위 의장을 바로 해임하지 않았다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로부터 너무 약해서 문제 인사를 내치지 못하냐는 조롱을 당했다.
결국 자하위 의장을 해임한 그는 단호한 조처였다고 주장했지만,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수낵 총리가 취임할 때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파티게이트'와 선을 그으며 공직자 윤리와 전문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번 건은 더욱 뼈아프다.
이미 출범 보름도 안 돼서 내각부 장관이 직장 내 괴롭힘 혐의로 물러났고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문제로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호한 비전…불안한 당내 입지
수낵 총리는 올해 초 물가 상승률 절반으로 하향, 성장 촉진, 국가채무 감축, 국민 보건 서비스(NHS) 대기 시간 단축, 불법 이민자 보트 차단을 약속했다.
그러나 여기엔 '어떻게'가 빠져있고 마음을 사로잡을 비전도 카리스마도 보이지 않는다.
트러스 전 총리처럼 대책 없이 '감세'를 외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밋밋하고 존재감이 약하다.
유럽과 대화를 재개했지만, 당내 열혈 브렉시트 지지자들 눈치에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고 불법 이민 문제도 뾰족한 수를 못 찾고 있다.
NHS 문제가 시급하고 철도 등 공공부문 파업이 커지고 있지만, 재정에 여유가 없고 인플레이션에 더 불이 붙을까 걱정돼서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다.
수낵 총리는 이날 10억 파운드(1조5천억 원)를 투입해 구급차 800대, 병상 5천 개 등 확충을 약속했지만, 간호사 임금 인상을 위해 세금을 더 걷을 순 없다고 말했다. 거꾸로 당내 일각에선 감세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중재 역할을 안 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오는 31일에는 공무원 10만 명, 교사, 일부 철도 노조 등이 동시 파업을 예고해놨다.
수낵 총리의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지역 균형발전 예산이나 세금 관련 불만이 통제되지 않은 채 밖으로 새 나오고 존슨 전 총리를 당 의장으로 추천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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