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우크라 무기수리 비밀공장 가동 "원격 기술 전수도"
WSJ "삼엄한 보안 속 기술자 수백명 24시간 3교대 작업"
"M1에이브럼스·레오파르트2 전차도 폴란드서 수리 맡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의 무기들을 수리하는 비밀 공장이 폴란드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르게 무기가 소진되고 있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우방국에서 지원받은 무기를 유지·보수하는 것이 또 다른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며 폴란드 현지에 있는 비밀 무기수리 공장 현황을 전했다.
폴란드 무기수리 공장은 버려진 건물로 둘러싸인 공업단지 안에 있다고 한다. 신문은 공장의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공장에서는 기술자 수백명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전투 과정에서 부서져 실려 온 무기들을 수리해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축구장 크기의 작업장에서는 여러 차례 보안검사를 거쳐 들어온 정비공들이 전차처럼 생긴 폴란드제 자주곡사포 AHS 크라프 3대를 수리 중이었다. 수리 작업은 1대당 최대 2개월까지 소요된다고 WSJ은 전했다.
정비공들은 무기 수리작업 외에도 전쟁 전에는 대부분 민간인이었던 우크라이나 기술자들과 연락해 무기 수리 기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기술지도는 암호화된 메시지 앱이나 업무지원 앱으로 이뤄지며 전차부터 미사일까지 다양한 무기를 아우른다.
한 기술자는 우체부 출신 우크라이나 군인에게 채팅 앱으로 미사일 수리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자들은 이따금 크라프 자주곡사포 안에서 칫솔이나 먹다 남은 과자, 가족사진 등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물건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공장에는 조립·생산 직원과 방문객 등 400명이 드나드는데 폴란드인만 출입이 가능하다. 신입 직원의 경우 직급과 관계없이 심사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공장에는 무장한 국내보안국(ISA) 장교들이 상주하며 혹시 모를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활동을 벌인다.
WSJ은 폴란드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군수작전 규모에 비춰 이번 전쟁에서 무기 유지보수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 서방 등 우방국에서 다양한 무기를 대거 지원받았다. 이 가운데에는 폴란드에서 지원받은 옛 소련의 T-72 전차도 있다.
대포와 전차 등 지원받은 무기 가운데 상당수는 잦은 발사로 포신이 뒤틀리거나 무한궤도 일부가 부서지는 등 지난 1년간 이어진 치열한 전투로 큰 피해를 봤다.
이러한 무기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수리뿐만 아니라 서방에서는 생산하지 않는 소련제 탄약도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 동맹국들은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100대가량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 정부도 M1 에이브럼스 31대를 보내기로 했다.
신문은 폴란드 당국자들을 인용해 에이브럼스 전차 수리가 폴란드 서부 도시 포즈난에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며 이 경우 체코,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무기 유지보수에 참여하는 옛 소련 위성국가들 가운데 폴란드가 선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란드는 또한 군수 산업 경험이 깊다는 점에서 레오파르트 전차 수리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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