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사무총장 "이란 '핵무기 여러 발' 만들 우라늄 보유"
내달 이란 공식 방문…"핵합의 껍데기뿐…외교노력 배가해야"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이란이 핵무기 여러 발을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우라늄을 축적했다고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5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 의회에서 이란이 농도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 70㎏을, 20% 농축 우라늄 1천㎏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핵무기는 통상 90% 이상 농축된 우라늄으로 생산된다. 핵무기 1기 생산에는 90% 이상 농축된 우라늄 15∼20㎏ 정도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 같은 이란의 우라늄 보유량으로 "핵무기 여러 발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며 "이란의 핵 개발 억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정치적 대화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내달 이란을 방문할 계획도 밝혔다. 앞서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AEOI) 청장도 그로시 사무총장의 이란 방문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서방과 이란이 복원을 논의 중인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빈 껍데기'로 표현하면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합의 복원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JCPOA에 대해 "아무도 사망선고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의무사항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핵 합의상에 존재했던 모든 제한선이 이미 여러 번 위반됐다"고 비판했다.
JCPOA는 2015년 이란과 서방 국가들이 체결한 협정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서방은 이란에 부과했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합의를 일방 파기하고 이란을 다시 제재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이에 반발해 IAEA의 사찰을 제한하고 자국의 핵 관련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유럽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의 JCPOA 협상 복원 논의가 일부 진행되는 듯했으나, 이란이 추가적인 보장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여기에 '히잡 시위' 탄압으로 이란의 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이 사태를 계기로 서방과 이란의 대립이 심화하자 관련 논의 자체가 거의 끊겨 버렸다.
CNN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JCPOA 복원 협상과 관련해 "최근 몇 개월간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미신고 핵물질의 흔적이 발견된 것도 JCPOA 복원 협상을 지체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IAEA는 이란 핵 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3개 지역에서 핵물질의 흔적이 발견되자 이란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란은 자국 내 IAEA의 감시용 카메라 27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에 핵물질과 장비, 원심분리기가 현재 얼마나 존재하는지 파악할 시야를 잃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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