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우 의원 차기 부통령 노려…"트럼프 대선 러닝메이트 목표"
'트럼프 닮은꼴' 그린 의원…상임위서 쫓겨났다 새의회서 '對與저격수' 복귀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인 극우 연방 하원의원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 차기 대선에서 부통령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 뉴스는 25일(현지시간) 그린 의원이 오는 2024년 대선 출마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를 목표로 잡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그린은 대담하며 야망이 있다. 그는 그것(부통령 지명 야망)에 대해 스스럼이 없다"며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명단에 자신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의 소식통도 "그린의 비전은 부통령이 되는 것"이라며 자신은 그린이 트럼프의 부통령 리스트에 포함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 소식통은 그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되려는 목표는 당내 강경파와 지도부 간 분열 상황에서 양쪽 모두에 다리를 걸칠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려는 노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이 하원의장 선거 과정에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 프리덤 코커스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 간 파열음이 노출되는 과정에 강경파인 그린이 매카시를 지원하면서 당내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얘기다.
그린 의원은 '사기 선거'로 지난 대선에서 졌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강력하게 지지해 왔고, 온갖 음모론을 퍼뜨리는 미국 내 대표적인 극우 의원이다.
그의 이런 언행이 문제가 되자 지난 2021년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온건파 의원들이 합심해 그의 상임위 보직을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심(心)'을 등에 업고 매카시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 도움을 준 대가로 이번 의회에서 국토안보위, 정부감독위라는 핵심 상임위에 전면 배치됐다.
그린이 하원의장 선거 과정에 매카시를 지지하며 자신과 결을 같이 하는 강경파 일부와 불화를 겪었지만, 배넌은 "이는 전략적이고 계산된 위험"이라며 "플레이어가 되는 장기적 목표를 위해 단기적 증오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해 11월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지만, 아직 러닝메이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그린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측은 함구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두 차례의 대선 과정에서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경우 지난 대선 결과를 승인하지 말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펜스 전 부통령도 차기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그린 의원은 극우파임에도 중간선거 과정에 1천250만 달러(약 154억 원) 가까이 모금하는 등 전체 하원의원 후보들의 모금액 중 10위권에 들 정도로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지세가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책임론으로 지지세가 떨어졌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문건유출 파문 등을 계기로 재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새해 들어 공화당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전날 공개된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3%포인트 앞서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8일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리아나를 방문해 2024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 활동을 본격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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