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작년 물가상승률 234%…"그나마 낮아진 것"
최저임금 월 6달러…공공부문 노동자들 시위 "굶주림에 휴지통 뒤져"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베네수엘라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연간 상승률이 20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34%였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날 터키·베네수엘라 기업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수치를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경제지표를 좀처럼 발표하지 않으며 지난해 10월 이후로 물가상승률 자료를 외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연간 물가 상승률 234%는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전년도인 2021년의 686.4%에 비하면 낮아진 것이다. 2020년에는 2천969.8%에 달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는 고정 환율, 공공지출 제한, 세금 인상 등 엄격한 경제정책을 펼친 덕에 수개월 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볼리바르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러한 정책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부 지출 속도도 빨라졌으며 달러화 수요는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은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에 다시 진입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가운데 교사와 간호사, 퇴직 경찰관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날 급여와 연금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 노동자는 올해 들어 이미 수차례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시위를 통해 급여 인상을 요구해 왔다.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3월 조정된 월 130볼리바르로 약 6달러에 해당한다.
석유산업의 중심지인 제2 도시 마라카이보에서 시위에 나선 퇴직 경찰관 구스타보 곤살레스(60)는 "우리는 굶주리고 있다. 붕대가 모자라 경찰병원을 닫아야 할 지경이고 신발도 유니폼도 없다. 이곳에서 경찰은 잊힌 것 같다"고 성토했다.
공항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는 연금 수급자 움베르토 몬티엘(63)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뒤진다면서 "예순셋에 이렇게 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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