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총격에 한인들 마음 졸였다…'음력설의 비극' 아시안계 충격
"한국서 안부 전화 쇄도"…피해 가능성에 종일 불안, 가슴 쓸어내리기도
"예상 못 한 끔찍한 사건"…뉴욕·샌프란 설 행사 경계 강화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음력설을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때문에 현지 한인 사회가 온종일 불안에 떨며 가슴을 졸였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아시안 타운 가운데 하나이자 한인들도 제법 사는 동네에서 최소 20명 사상자가 나오는 참극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지 경찰은 이날 사상자 신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아 동포들은 주변 안부를 확인하느라 밤새 가슴을 태웠고 증오범죄 가능성과 한인 사회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 외교부와 LA 한인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인들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은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LAPD(로스앤젤레스 경찰국) 고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일단 사망자와 부상자 모두 중국계라고 한다"며 "다행히도 한인들 피해 상황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LA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몬터레이 파크에도 한인 식당들이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피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LA 시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동포 배모 씨는 "아시안을 겨냥한 증오범죄 가능성 때문에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주재원으로 LA에 나와 있는 한 대기업 부장은 "한국에서 별일이 없는지 안부를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총격은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아시안 커뮤니티에도 큰 충격을 줬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부 뉴욕까지 음력설 축하 행사가 열린 다른 도시에서 경찰이 일제히 순찰 강화에 나섰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증오범죄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 범행 동기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계 커뮤니티 내에선 사망한 72세 용의자 휴 캔 트랜이 댄스 교습소 행사에 초청을 받지 못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잇다.
이에 대해 아시안 단체들은 범행 동기를 떠나 20명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시안 커뮤니티에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아시안아메리칸 정의추진센터 LA 지부의 코니 정 조 대표는 "범행 의도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이 아시안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로 엄청나다"며 "아시안의 가장 중요한 휴일(음력설)에 비극이 발생했고, 아시안이 여전히 (공격의) 표적이라는 느낌, 두렵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리넷 마(28)는 전날 밤 총격 사건이 벌어진 사실을 모르고 잠을 자다가 안부를 묻는 친구들의 문자 메시지 때문에 눈을 떴다면서 "근처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몬터레이 파크 현지의 아시아계 주민들은 이날 총격 사건 현장 인근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철야 추모 집회를 개최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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