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새 총리 '미스터 픽스잇' 힙킨스…"아던보다 중도적"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가장 큰 수리에 나서게 돼"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전격 사임을 발표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를 대신해 뉴질랜드 41대 총리에 오르게 된 크리스 힙킨스(44)는 1978년 뉴질랜드 북섬 허트 밸리에서 태어났다.
웰링턴 빅토리아대학에서 정치학과 범죄학을 전공했으며 학생회장도 역임했다.
대학생이던 1997년 의회에서 정부 교육 정책 관련 법안에 항의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시위자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평화롭게 시위했음에도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고 주장했고, 10년 넘는 법정 다툼 끝에 경찰의 사과와 보상금을 받아냈다. 훗날 그는 이 사건이 그를 의회 정치에 끌어들인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졸업 후 헬렌 클라크 당시 뉴질랜드 총리의 참모 등으로 일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서른 살이던 2008년 북뉴질랜드섬 남부 리무타카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며, 현재 5선 의원이다.
오랜 내각 경력은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2017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한 뒤 교육 장관과 보건 장관, 코로나19 대응 장관, 공공 서비스 장관, 경찰 장관 등을 지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코로나19 대응 장관을 맡으며 명성을 얻었다. 아던 총리와 매일같이 기자회견을 하며 코로나19 상황을 설명했다. 2021년 12월에는 가족들과 웰링턴 인근에서 휴가를 보내다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코로나19 상황을 브리핑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뉴질랜드 내 코로나19 확산과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봉쇄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해 국민들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지역구 사무실을 직접 수리하는 등 손재주가 좋은 데다 코로나19 등 정부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구원 투수 역할을 하면서 '미스터 픽스잇'(잘 고치는 사람, 또는 해결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힙킨스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졌다고 보도하면서 "이제 그가 한 일 중에서 가장 큰 '수리'(fix-it)에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총리로 일하는 동시에 10개월도 남지 않은 차기 총선까지 노동당의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납세자연합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던 총리 사의 표명 이전 노동당 지지율은 31.7%로 뉴질랜드국민당(37.2%)보다 낮았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치피'(Chippy·감자튀김)다. 크리스(Chris)라는 이름에서 따온 별명이지만, 쾌활하고 소년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붙은 별명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그가 나온 웰링턴 빅토리아대의 브라이스 에드워즈 정치학 교수는 "힙킨스가 아던보다 카리스마는 떨어지지만, 노동당을 외면하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되돌릴 능력이 있다"라며 아던 총리보다는 중도적인 성향이어서 일부 급진적인 정책들을 포기해 지지층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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