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업계 이어지는 칼바람…"1년새 감원 규모 20만명"
"닷컴붕괴 경험한 베이비부머·X세대보다 MZ세대에 큰 충격"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직원 1만2천명 감원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테크업계의 1년간 감원 규모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해고 칼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타임지와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구글의 대규모 감원 계획 발표로 글로벌 테크기업들의 지난 1년간 해고 규모가 더 불어났다.
테크기업 감원 축적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fyi)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테크기업 감원 규모는 1천32개사 15만5천126명이었으며 올해 규모는 구글까지 더해져 154개사 5만5천324명이다. 1년여 새 감원 규모가 21만명에 달하는 것이다.
구글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전 직원의 약 6%인 1만2천 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SJ은 이번 감원 규모가 알파벳 창사 이래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1만8천명),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1만1천명), 마이크로소프트(1만명),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8천명) 등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트위터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에 인수된 후 전체 직원의 절반인 3천700명을 해고했다.
해고 칼바람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테크업계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다.
5만명 이상이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위 '빅 4 테크기업'에서 해고됐다.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가장 큰 테크기업 애플뿐이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6월 전체 인력의 18%를 감원한 데 이어 지난 18일 전체 직원 4천700명의 20%인 95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닷컴도 이달 초 인력 28%(110명)를 해고했고, 크립토닷컴과 콘센시스도 각각 20%와 11% 감원을 발표했다.
대규모 해고 바람은 10여 년간 지속된 테크업계 호황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디지털 수요 급증에 인력을 크게 늘린 테크기업들이 심각한 경기침체 전망에 대한 본격 대비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피차이 알파벳 CEO가 현 상황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힌 것처럼 테크기업 경영자들은 광고에서 원격 근무까지 다양한 분야가 팬데믹 후에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잘못 예측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테크기업들의 해고 규모가 오히려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알파벳에 대규모 비용 삭감을 요구했던 행동주의 투자회사 TCI의 크리스 혼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피차이 CEO에게 직원을 지난해 9월보다 20% 적은 12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급여도 대폭 삭감해 비용을 더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해고 바람이 젊은 세대에게 큰 충격을 주는 반면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붕괴를 겪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대량해고가 MZ세대에게 새로운 각성의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1981년 이후 태어나 테크기업이 10여 년간 호황을 누릴 때 직장생활을 시작해 해고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안 해본 MZ세대와 1946~1980년 태어나 테크업계에서 1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닷컴 붕괴를 경험한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해고 사태에 대해 뚜렷하게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차량공유서비스 리프트(Lyft)가 직원 13%(700명)를 감원할 때 해고된 켈리 장(26)은 "내가 감원 대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며 "테크기업엔 기회가 많을 것 같았고 취직했을 때 그것은 성공이고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3년 비디오게임회사 아타리에서 해고됐던 브라이언 풀리엄(48)은 코인베이스에서 다시 해고된 뒤 별일 아니라는 듯 "아타리에서 해고된 후 매년 한 번씩은 '내가 해고되면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퇴직금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위한 경력컨설팅 업체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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