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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박히고, 함몰한 두개골…유럽 농경 정착기 폭력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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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박히고, 함몰한 두개골…유럽 농경 정착기 폭력 절정
기원전 6천∼2천년 유골 10명 중 한명 꼴로 둔기 상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농경 문화가 정착하던 시기 유럽 북서부의 신석기 사회에서 폭력과 전쟁이 광범위하게 퍼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 8천∼4천 년 전 매장지 180곳에서 발굴된 2천300여구의 유골을 분석했더니 10명당 한 명 이상 꼴로 무기로 인한 상처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역사·고고학자 린다 피비거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유럽 일대에서 출토된 신석기시대 유골에 난 상처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지에서 발굴된 기원전 6천∼2천년 무렵의 고대 유골을 대상으로 생체고고학 기법을 활용해 상처를 분석했다.
주로 둔기나 돌도끼 등으로 머리를 가격해 생긴 흔적을 찾았는데 10% 이상에서 이런 상처가 발견됐다. 이와함께 화살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관통상 등의 상처도 발견됐다.
부상 흔적이 있는 일부 유해는 집단매장지에서 발굴됐는데, 이는 공동체 전체가 파괴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앞서 2021년 3월 '플로스 원'(PLOS ONE)을 통해 크로아티아 동부 포토차니에서 너비 2.1m 구덩이에 두개골 등에 상처가 있는 41구의 유해가 묻힌 6천200년 전 집단매장지를 발굴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지만 유럽 일대의 신석기 유해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분석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는 등 갈등과 폭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수 있다면서 생존방식이 수렵과 채집에서 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 등으로 바뀌면서 공식화한 전쟁의 기반이 조성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비거 박사는 이번 연구와 관련, "인간의 뼈는 살아있을 때 겪은 폭력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편견이 적은 증거"라면서 "무기를 이용한 공격과 사고로 생긴 부상을 구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치명적 부상과 사후에 생긴 골절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이 최근 급격히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본머스대학 고고인류학과의 미틴 스미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농경문화 정착 시기에 왜 폭력이 늘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면서 "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이 변화한 것이 가장 타당한 설명일 수 있다"고 했다.
농경 활동으로 불평등이 생기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대안적 전략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집단적 폭력을 행사해 고고학적으로 발굴된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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