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미앵, 가수 마돈나에 "전쟁때 없어진 그림 빌려달라"
100여년 전 소실된 줄 알았는데 마돈나 자택 벽서 발견
마돈나는 소더비 경매서 구매…원본 여부는 불확실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프랑스 북부 도시 아미앵의 시장이 미국 가수 마돈나에게 소장 중인 그림을 빌려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마돈나가 과거 사들인 작품이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아미앵에서 사라진 뒤 행방이 묘연해진 명작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문제의 작품은 19세기 신고전주의 작가 제롬 마르탱 랑글루아의 '다이애나와 엔디미온'(Diane et Endymion)이다.
이 그림에 대해서는 1911년부터 문서화된 기록이 없어 1918년 독일군이 이 도시를 폭격했을 때 소실됐거나 암시장에 팔렸을 것이라는 등 근거 없는 추정이 제기돼왔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15년 프랑스 잡지 파리 매치(Paris Match)에 한 장의 사진이 실리면서다.
마돈나가 자택에서 포즈를 취한 장면의 배경에 사라진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걸린 걸 본 한 미술 감정가가 아미앵시 당국에 이 사실을 알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아미앵 시청 측은 마돈나가 소장 중인 그림을 포함해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라진 15점의 작품이 도난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당국에 신고했지만, 프랑스 경찰은 이후 7년여간 조사를 진행하고서도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최소한 마돈나가 해당 작품의 도난에 관여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마돈나는 1989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예상 판매가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인 130만 달러(약 16억원)를 주고 이 작품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경매에 나온 작품은 원본과 달리 날짜나 서명도 새겨져 있지 않았고, 크기도 원본보다 3㎝가량 작았다. 소더비 측도 해당 작품을 '복제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아미앵 시민들은 누군가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날짜 등을 제거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프랑스 매체 피가로의 보도로 사안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자 브리지트 푸레 아미앵 시장은 마돈나에게 '영상 편지'를 띄웠다.
푸레 시장은 "아미앵을 들어본 적 없겠지만 수일 전 당신과 우리 도시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발견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수년 전 당신이 사들인 제롬 마르탱 랑글루아의 그림이 1차 세계대전 이전 루브르가 아미앵 미술관에 대여한 뒤 사라진 그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합법적으로 취득한 작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건 전혀 아니다"라며 "2028년 유럽 문화 수도 후보로서 그해 그림을 빌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미앵 시민들이 작품을 재발견하고 가치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레 시장은 아미앵 출신이기도 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도 지지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다만 작품이 아미앵에 전달됐을 때는 전문가들의 진품 확인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고, 실제 원본으로 인정되면 프랑스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이어질 것이어서 마돈나 입장에서는 요청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푸레 시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문화 수도 선정을 앞두고 사람들이 아미앵에 관한 얘기를 나누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마돈나에게) 작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고 이곳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단지 몇 주간 빌려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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