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살해·폭탄 테러' 배후…伊 마피아 두목 30년만에 붙잡혀(종합)
1993년 6월부터 도피 시작한 일급 수배범…멜로니 총리 "국가의 승리"
전향 조직원 아들 납치 살해 지시도…시칠리아 사설 클리닉서 치료받다 검거돼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의 검거 1순위 마피아 두목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60)가 30년간의 도피 행각 끝에 16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데나로는 1993년부터 도피를 시작해 그동안 지명수배를 받아왔다. 그는 도피 중에도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를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소식을 처음 보도한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데나로가 시칠리아섬의 주도인 팔레르모의 사설 클리닉인 '라 마달레나'에서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안사 통신은 데나로가 이곳에서 1년 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그동안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검경 합동 작전 끝에 데나로가 체포되자 이곳에 있던 환자들은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데나로는 체포 당시 저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이 이름을 묻자 "나는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라고 답했다.
데나로가 '안드레아 보나페데'라는 가명을 쓰고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첩보를 사흘 전 입수한 경찰은 치밀하게 검거 작전을 세운 뒤 이날 오전 9시 현장을 급습해 일급 수배자 데나로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데나로는 경찰 호송차를 타고 팔레르모의 산 로렌조 경찰서로 이송됐다. 조사를 마친 뒤에는 교도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데나로는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 살해 사건과 이듬해 로마, 밀라노, 피렌체에서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 등 살인 사건 수십 건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데나로는 아버지가 마피아 보스를 지낸 시칠리아섬 서부 트라파니 출신으로 18세 때에 첫 살인 사건을 저지른 이래 최소 50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스로 "내가 죽인 시체만 모아도 공동묘지 하나는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3년 마피아의 일원이었다가 경찰에 협조한 주세페 디 마테오의 12세 아들 납치 사건도 데나로가 지시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마피아 일당은 조직에서 이탈한 뒤 마피아를 겨냥한 정부 수사에 협조한 그의 아버지를 회유·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린 아들을 납치했다.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가 아들이 인질로 잡혔음에도 마피아 세력에 굴하지 않자 1996년 소년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산성 용액에 유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이탈리아 사회는 마피아들의 잔혹한 만행에 몸서리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일은 마피아가 여성과 어린이는 해치지 않는다는 일각의 그릇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데나로는 1993년 6월부터 도피를 시작했고, 2002년에 궐석재판이 진행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에서 "이번 체포는 국가의 승리"라며 "마피아와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어 "마피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체포한 경찰과 반마피아 검찰청, 팔레르모 검찰청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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