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급 인재 유치' 정책에 중국인들 문의 쇄도"
홍콩매체 "상하이 봉쇄가 크게 작용…中 부유층 다시 홍콩에 눈독"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주민들의 이민 붐으로 인력 유출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 본토 주민들이 홍콩 이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홍콩 정부가 지난달 28일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을 개시한 직후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샤오훙수에는 홍콩 당국으로부터 받은 해당 비자 승인 서한을 찍은 게시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중국 산둥성 출신으로 가상화폐 산업에 종사하는 레이 스(32) 씨는 올해 런던에서 아시아로 다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홍콩의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에 지원했다.
그는 홍콩 정부 이민국 사이트에 해당 비자 신청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올린 지 이틀만인 지난 2일 승인 서한을 받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을 놓고 저울질 중이라는 그는 "가상화폐 산업은 싱가포르가 더 활발하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우선시하고 있다"면서도 "홍콩의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에 지원하는 것은 내게 또 하나의 선택지와 가능성이 된다"고 말했다.
SCMP는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 경제 둔화, '탈출학'에 대한 관심 증가 속에서 홍콩이 내놓은 '고급 인재 통행증 계획'이 중국인들의 홍콩 이주 열망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탈출학'은 지난해 4∼5월 상하이의 봉쇄 후 '제로 코로나' 정책에 환멸을 느낀 중국인들이 이민을 모색하면서 등장한 '윤학'(潤學·runxue)을 뜻한다.
언뜻 보면 삶을 윤택하게 하는 학문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도망 나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윤'(潤)의 중국어 병음은 '룬'(run)으로, 뛰다, 달아나다는 뜻의 영어 '런'(run)과 철자가 같다.
즉 '윤학'은 중국에서 도망, 탈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상하이 봉쇄를 계기로 중국 누리꾼들 사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한 데다 같은 문화권인 홍콩이 두뇌 유출에 시달리며 인재 유치에 나서자 여건이 되는 많은 중국인에게 홍콩이 실용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작년 10월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시정 연설에서 "지난 2년간 노동 인구가 14만 명 줄었다"며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쓸어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100위권 대학 졸업자로 3년간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 지난 1년간 연봉이 250만 홍콩달러(약 4억 원) 이상인 사람에게 2년짜리 취업 비자를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후 많은 중산층과 지식인들이 영국, 캐나다 등지로 이민을 떠나자 해외 인재들로 그 빈자리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인들이 홍콩으로 이주할 경우 중국 국적을 포기할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가는 것보다 저렴하다"며 "또 중국 당국이 이민에 대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단속하는 반면, 홍콩 이민 광고는 훨씬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의 교육을 위해 홍콩 이주를 고려하는 중국 중산층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이 앞서 2006년 개시한 '우수 인재 입경 계획'도 세계 인재를 겨냥한 것이지만 신청자의 90% 가까이는 중국 본토인이다.
홍콩 이민 컨설턴트 후이다 씨는 "'우수 인재 입경 계획'을 신청한 중국인의 약 90%는 자녀 때문에 신청했고 문의는 주로 지난해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비자 신청을 이끈 주요 요인은 상하이라고 생각한다"며 "상하이 봉쇄가 부모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광둥성 주민 릴리 판 씨는 아들을 홍콩 국제학교에 입학시키려 지난해 하반기 홍콩으로 이주했다.
그는 "과거 중국 경제가 붐을 이뤘을 때는 모두가 홍콩을 깔봤지만, 이제는 여건이 되는 많은 중국 본토 가족이 홍콩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며 "결국 자녀들을 더 높은 수준의 자유와 국제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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