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1조원대 '비트코인 채권' 발행 길 열었다
개정안 통과로 10억 달러어치 조달 전망…법정화폐 채택 이은 '파격'
대통령 "계속 전진" 자축…비트코인 투자 수익률은 '-57%'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에서 이번엔 암호화폐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다.
12일(현지시간) 중남미 지역 매체 인포바에와 디아리오엘살바도르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의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디지털 증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전체 84명 의원 중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47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법안은 암호화폐에 대한 양도 행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한편 암호화폐 자산(부채 포함) 가치를 보호하는 게 골자다.
디지털 자산 시장 진흥과 디지털 자산 서비스 공급자 등록 및 관리를 담당하는 '국가 디지털 자산 위원회' 창설 근거도 담겼다.
호수에 메를로스 엘살바도르 경제부 규제 관련 책임자는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장하려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라며 법령 어디에도 '비트코인'이라는 용어는 들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이 관심을 끄는 건 암호화폐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에 있다.
앞서 나이브 부켈레(41)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크립토 채권' 또는 정부에서 '화산 채권'이라고 부르는 암호화폐 국채를 통해 10억 달러(1조2천억원) 상당 조달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 중 5억 달러는 비트코인 구매에, 나머지 절반은 지열 에너지 기반 비트코인 채굴 등을 용처로 제시하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에서 압도적 다수 찬성으로 법안이 통과했다"며 "앞으로, 계속 전진한다"고 썼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야당을 중심으로는 돈세탁과 탈세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우리 시대' 조니 라이트 솔 의원은 "(범행을 위한) 일종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며 "자금세탁방지법이나 형사소송법 손질 없이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금융 감독과 유사한 새로운 개념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암호화폐 발행과 인증이 각각 분리되지 않은 채 한 사람 또는 한 기관이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심각한 이해 충돌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2021년 9월 법정통화 도입 후 비트코인을 틈틈이 매입한 엘살바도르는 지금까지 1억902만 달러 상당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nayibtracker.com)를 보면 이날 현재 이 나라는 투자액의 약 57%를 손해 봤다.
손실액은 6천200만 달러로, 이날 기준 환율로 계산해 보면 약 768억 원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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