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엔 왜 비자중단 안하나' 질문에 "차별실태 따라 대응"
한일은 비자제한·시설격리 등으로 서구보다 문턱 더 높아
한국행 입국자 목에 건 '노란 카드' 관련 여론 악화도 고려한 듯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은 미국과 유럽 국가는 그대로 둔 채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중국행 비자 발급을 상당 부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관련 국가 대중국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근거해 대등한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도 한일과 마찬가지로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를 취했는데 그 나라들에는 왜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일 외에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등 10여 개 국가가 중국발 입국자에 문턱을 높였는데 한일만 규제한 것은 한일의 조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더 강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한국과 일본 공히 중국발 입국자가 도착 후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지정된 시설에서 격리하도록 한 점과 한국의 경우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일정 기간 제한하기로 한 점 등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한일의 '문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이 최근 한국을 찾은 자국민들이 받은 처우를 둘러싸고 한국에 대한 자국 내 여론이 악화한 상황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한 이후 한국에서 굴욕스러운 대접을 받았다는 중국인들의 불만이 온라인 공간에서 최근 확산했다.
이와 관련,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1일 '한국은 중국인 관광객의 폭로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신문은 자국 네티즌 주장을 인용해 양성 판정을 받은 중국발 입국자의 유료 격리 시설에 침대가 없고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고 썼다.
또 중국발 입국자를 식별하기 위해 노란색 카드를 패용하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범죄자 취급'이라는 목소리를 전하며 문제 삼았다.
카드를 패용한 채 입국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한국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취재해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국 방역당국은 이날 브리핑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임시격리시설에 대해 "평소에 중국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관광호텔급 이상의 객실"이라며 "모두 깨끗한 침대가 비치돼 있고 온수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깨끗한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또 노란색 카드에 대해서도 "공항검사센터로 가는 길 안내를 위해 노란색 목걸이를 이용하며, 이는 중국 국적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반박하면서 노란색 카드를 목에 건 한 영국 국적 중국발 입국자의 사진을 공유했다.
중국 당국의 결정에는 이런 이유뿐 아니라, 대외 정책 관련 전략·전술적 고려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지난해 10월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미국, 유럽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상황에서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최대한 피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조치를 취함으로써 전 세계적 대중국 방역 강화 확산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11일 보도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의 참을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극도로 나쁜 일을 했을 때만 상응 조치를 취하겠지만 한국은 조금만 그렇게 해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일부 다른 서방 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한다 해도 일반적으로 그 강도는 한국에 대해 하는 것보다 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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