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집트 화폐 가치 또 폭락…사상 최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외화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이집트의 화폐 가치가 다시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일(현지시간) 현지 외환 시장에서 이집트 파운드화 환율은 전날보다 7% 이상 상승(가치 하락)해 1달러당 30파운드 선에 거래되고 있다.
1년 전 달러당 15였던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 외환위기 속에 3차례에 걸친 절하를 거쳐 반 토막이 됐다.
이날 파운드화 폭락은 이집트 정부가 IMF 추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영구적인 변동환율 시스템 등을 약속한 데 따른 충격파로 여겨진다.
앞서 IMF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집트 정부가 30억 달러의 구제금융 조건으로 환율 유연성 유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집트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외환 보유고 확대를 위한 정부 주도 공공 건설 투자 속도 조절,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 비중 확대(군부 비중 축소)도 약속했다.
인구가 1억400만 명으로 아랍권에서 가장 많은 이집트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2차례나 IMF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넘겼다.
정치적 격변기인 2016년 12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에도 80억 달러의 지원을 받으면서 아르헨티나에 이어 IMF의 2대 채무국이 되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외화 유출이 가속하자 지난 3월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1천580억 달러(약 227조 원)에 이르는 외채 상환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 구매, 자국 통화 방어 등을 위해 달러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에도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 인근 신행정수도, 북부 알라메인 정부 청사 및 신도시 등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함께 고속철도와 원전 건설 등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이집트 정부는 달러화 유출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교역용 신용장 발급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는 생활필수품과 수입 원자재가 부족해 생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0일 발표된 이집트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1.9%에 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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