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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할아버지 쐈다"…소설가 폴 오스터, 미 총기폭력 조명
신작 에세이 '피바다의 나라'서 비극적 가족사도 서술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뉴욕 3부작', '빵굽는 타자기'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폴 오스터(75)가 신작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언급하며 미국에 만연한 총기 폭력을 조명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발간된 오스터의 새 에세이 '피바다의 나라'(Bloodbath Nation)는 미국에서 끊이지 않는 총기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오스터는 매년 4만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미국 전체 인구(3억3천800만명)보다 총기 수(3억9천300만정)가 많은 소름 끼치는 현실을 간결하면서도 가라앉은 문체로 직시한다.
그는 자신의 가족사도 총기 폭력으로 얼룩져 있으며 이는 이번 에세이를 집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오스터는 신간에서 "1919년 1월 23일,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였다"고 적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성인이 되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사건 당시 오스터의 아버지는 여섯 살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오스터의 큰아버지는 아홉 살에 불과했다.
오스터의 할머니는 위스콘신주에서 재판을 받았으나 일시적인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녀와 다섯 명의 자식들은 이후 뉴저지에 정착했지만 "나의 아버지는 망가진 가족 안에서 자랐다"고 오스터는 표현했다.
그는 "모든 일은 총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고 서술했다.
오스터는 또 "미국 사회의 균열이 점점 벌어져 이제는 거대하고 깊은 골이 됐다"고 덧붙였다.
100쪽 분량의 에세이에는 사진작가 스펜서 오스트랜더가 흑백으로 촬영한 총기 참사 현장들의 사진이 함께 실렸다.
2016년 총기 난사로 50명가량이 숨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성소수자 나이트클럽 '펄스'를 비롯해 슈퍼마켓, 절, 주차장 등 총격 사건이 일어난 장소만 담았다. 사람은 한 명도 찍혀있지 않다.
오스트랜더는 최근 인터뷰에서 "총기 난사 현장을 하나의 상징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재건됐든지, 완전히 파괴됐든지, 아니면 퇴락했든지 간에 상관없이 현장 모습은 미국인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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