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우크라 편으로 싸우겠다"는 러 배우에 수사 '칼날'
반체제 인사 나발니 적극 지원한 자선가도 '국제 수배 명단'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자국 러시아의 반대편에 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온 배우와 자선가 등 러시아의 유명인사 2명이 러시아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먼저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위원장이 영화·연극배우 아르투르 스몰리야니노프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착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연방수사위원회는 스몰리야니노프가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에 맞서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지적했다. 정확히 어떤 발언이 문제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몰리야니노프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이후 실제로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전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주 전에는 노바야가제타유럽과 한 인터뷰에서 "만약 참전해야 한다면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내 입장에서 보자면 모두 형제들인데, 먼저 맞은 형제 편 쪽에 서는 것과 같다"고 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직접 수사 개시에 반색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스몰리야니노프의 발언을 겨냥하며 "관련 수사기관이 이런 발언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전쟁 옹호파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에 해외로 도피한 인사들을 향해 "반역자" 등의 표현으로 거친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들의 자산을 압류하거나 러시아 기업 소속으로 해외에서 원격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방안 등을 내놨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스몰리야니노프의 수사와는 별도로 유명 자선가 보리스 지민도 이날 러시아 내무부의 '사기 혐의' 국제수배명단에 올라 당국의 표적이 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2020년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가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증세를 보여 혼수상태에 빠진 바 있다. 당시 나발니는 러시아 병원에서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됐는데, 이때 비용 7만9천유로(약 1억원)를 지불한 것이 지민이었다고 한다.
지민은 또 러시아의 일부 독립언론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도 했다.
지민은 이미 2015년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